[시대일보]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힐링풀링 수원화성’이 23일 화서문에서 열린 ‘기억의 축성’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11월 4일까지 43일 동안 행궁광장 및 수원화성 일원에서 매일 이어진다.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과 수원화성미디어아트, 제60회 수원화성 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등 4개 축제를 동시에 선보인다. 수원시가 ‘수원화성’과 ‘정조의 능행차’라는 원천자료를 문화콘텐츠로 개발한 축제여서 관심을 끈다.
이상수 수원시 문화청년체육국장은 20일 열린 4개 축제에 대한 언론브리핑을 통해 “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를 시민과 함께 만들고 즐기는 시민 중심의 축제로 기획했다”면서 지난해 힐링폴링 수원화성을 찾은 관광객이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수원을 대표하는 축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세계 유산 수원화성의 가치향유·확산 프로그램과 기록유산 의궤를 활용한 체험, 해설, 투어, 공연, 전시를 비롯해 미디어아트, 혜경궁 홍씨 회갑연 ‘진찬연’을 모티브로 한 주제공연, 정조대왕의 능행차 시민퍼레이드 등을 준비했다.
특히 10월 8일과 9일 열리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에 눈길이 간다. 228년 전, 조선의 왕 정조가 1795년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창덕궁에서 출발해 수원 화성에서 어머니 회갑잔치를 열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화성 융릉)을 전배한 을묘년 원행을 재현한 것이다. 서사적 이야기 구조가 있는 정조의 능행차는 왕과 신하, 백성이 함께하는 행복한 조선 최대의 페레이드 축제였다.
효의 행렬이고 충의 행렬이었다.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나이든 노인 등을 초대한 경로잔치였다. 모든 과정을 ‘원행을묘정리의궤’라는 책과 ‘화성능행도’라는 그림으로 남겼다. 오늘날 원천자료의 진정성과 원형적 향수를 연계한 문화콘텐츠로 그 가치를 더한다고 하겠다.
‘수원화성’과 ‘정조의 능행차’는 원형을 간직한 인류 문화유산이고 세계적인 역사문화콘텐츠다. 이를 활용한 힐링폴링 축제가 멀티유즈 콘텐츠로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왔는지, 지역 대표 축제가 되고 세계인 즐기는 축제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며 한계는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축제 참여자들이 문화적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체험을 통해 공동체적 결속력을 다지며 공유를 통한 문화 수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0여년 전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한 축제가 오늘날 어떤 메시지를 주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완성도는 높은가. 수원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는가. 문화적 경제적 파급력을 극대화하고 있는가. 스토리텔링 관광루트 개발과 문화관광 스토리텔러 운영은 적절한가. 체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혁신적인 관광 유인책은 있는가 등이다.
문화콘텐츠 개발은 경제와 문화가 동시에 부흥하는 데 핵심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인류와 세계문화에 기여 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업화는 그다음이다. 문화콘텐츠로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천박한 상업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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