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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조국 전 장관이 출마하면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3/06/08 [09:00]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조국 전 장관이 출마하면

시대일보 | 입력 : 2023/06/08 [09:00]

 ▲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전두환 정권의 5공화국 시절, 정권의 창출부터 운영에까지 실세 역할을 한 3인방이 있었다.

 

허화평, 허삼수, 허문도… 우연히도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허‘씨 성을 가졌기 때문에 ’쓰리 허‘로 널리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허화평이 특출했다. 육군사관학교 17기로 대령 시절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막후 실력자 역할을 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준 12·12 군사반란의 설계자도 허화평으로 알려질 만큼 정치 감각이 뛰어났고 추진력이 강했다.

 

그는 군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말을 잘했고 은퇴 후에도 TV 등 대중매체에 거리낌 없이 출연하여 할 말을 했다. 실제로 그는 5공화국의 정체성을 논리적으로 합리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권력 독주를 시기하는 측의 견제를 받는 가운데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을 계기로 전두환 대통령에게 친인척의 공직 사퇴를 건의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했다. 토사구팽이 된 것.

 

하지만 그는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 때 포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12·12 군사 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으로 구속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람들은 이제 허화평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살아났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옥중(獄中) 출마를 하여 당선된 것이다.

 

세상의 온갖 시비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더욱이 감옥에 갇힌 몸으로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당선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치 평론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유권자들의 동정심이라고 말한다. 잘잘못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전두환 정권의 2인자‘ 소리를 들을 만큼 두각을 나타내던 사람이 ‘토사구팽’ 당했다는 것, 거기에다 뛰어난 언변과 호감을 주는 얼굴… 이런 것이 그의 모든 과오까지도 덮어버리는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려 의원직을 상실케 했다. ‘옥중 당선’의 기염을 토하게 한 바람도 그러나 법의 칼은 바람을 타지 않은 것이다.

 

요즘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조국 전 법무장관이 출마할 것인가를 두고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 조 전 장관을 위선자라고 신랄하게 공격해왔던 진중권 교수는 최근 한 언론에서 그의 출마를 예언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SNS를 통해 그가 서울 관악구에서 출마할 것이며 당선이 된다면 야권의 지도자로 급부상하여 윤 대통령의 정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이전에 신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부인 정경심 교수의 교도소 생활, 딸 조민의 의학전문대학 입학 취소 등이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고 용모와 언변 또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마치 5공 실력자 허화평이 문민정부에서 정치적 사망선고를 극복하고 바람을 일으켜 살아난 것처럼.

 

과연 그럴까? 지금 조 전 장관은 1심 재판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징역 2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다. 다만 법정구속만 면한 것. 그러니까 2심 재판에서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법정구속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허화평처럼 옥중출마를 할까? 당선이 된다 해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은 상실된다. 허화평에서 보듯 ‘법’과 ‘바람’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조 전 장관은 출마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조국의 강’을 건넜다고 생각하는 정치판에 다시 ‘조국의 강’이 유령처럼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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