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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장관님들 관사가 모두 비었네요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3/05/31 [09:00]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장관님들 관사가 모두 비었네요

시대일보 | 입력 : 2023/05/31 [09:00]

▲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시대일보]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 정홍원 씨는 2013년 2월 어느 날 세종시청 민원실에 조용히 나타났다.

 

여러 민원인들 속에 섞여 순서를 기다리는 그를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가 내민 서류는 서울로부터 세종시로 주민등록을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비로소 그가 국무총리라는 것을 알고 세종시청 간부들이 민원실로 달려가는 등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정홍원 총리는 그렇게 하여 서울시민에서 세종시민이 되었고 그 자신 민원실 직원들을 격려하며 세종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에도 정 총리는 틈틈이 세종시는 물론 인근 공주지역 문화재를 관람하는 등 세종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서울의 정치정세가 복잡해지면서 점점 세종시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어떨 때는 한 달 거의 총리 공관을 비워두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역대 총리들은 빠짐없이 총리 임명과 함께 주민등록을 세종시로 옮겼다.

 

지금 한덕수 국무총리도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건평 3,040㎥의 총리 공관으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현재 세종시에는 2만 1천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고, 장·차관들에게는 정부 예산으로 관사가 제공된다. 이들 40여 장·차관 관사 보증금만 160억.

 

그런데 세종시 관사에 주민등록을 옮기고 거주를 하는 장관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 2명뿐이다. 160억 혈세로 지불한 보증금이 아까울 뿐이다.

 

보증금만 문제가 아니다. 장·차관들이 서울에 있으니 관계 공무원들의 출장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나간 통계이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장 횟수는 86만 9천 255건에 달했고 출장비는 417억이 지출되었다.

 

그러니까 1년에 최소한 200억 원 이상의 혈세가 길에 버려지는 것이며 5년이면 1,000억 원 상당이 증발하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장·차관 관사의 전세 보증금까지 합치면 엄청난 혈세가 버려지는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행정 시스템의 효율화를 위해 행정수도 세종시를 탄생시켰는데 그 결과는 11년째 이렇게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효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세종시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첫째는 국회 세종 의사당을 기획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를 제외한 상임위원회를 가동시킬 수 있으면 장·차관들의 서울 체류, 그리고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국회 세종 의사당 건축에 대한 시간표도 정해져 있고 장소까지 고시돼 있다. 350억 원의 토지매입비도 책정됐다.

 

하지만 막상 설계에 들어가려고 하니 상임위원회별 면적 등 세부 규칙을 국회 운영위에서 만들어주지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솔직히 여야 의원들은 여의도를 떠나기 싫을 것이다. 그래서 여야가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여러 핑계로 제2 집무실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여야 모두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조사 및 설계비로 3억 원 예산 조치가 되어 있지만 답보 상태다.

 

이렇게 되니 대한민국 행정의 80%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총리도 장관도 없는 땅에서 고립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종시를 ‘외로운 공무원의 섬’이라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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