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내의 큰 소리에 잠을 깼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느냐며 짜증이 오를 대로 오른 앙칼진 목소리다. 전날 이런저런 생각에 새벽 무렵에야 잠을 청한 터지만 평소와 다른 아내의 높은 톤의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눈이 떠졌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매서운 기운을 느낄 정도의 추운 날씨에 두꺼운 이불을 움켜잡고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생각하니 불안한 기운마저 감돈다.
그것은 아마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치르는 아내만의 의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어김없이 매서운 날씨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겨울이 가고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벚꽃이 만발한 시간이 올 것이다. 따뜻한 봄이 다가왔다. 마음마저 따뜻하게 하는 봄이 오면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맑은 시냇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사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기온의 이상한 변화가 찾아오면서 봄과 가을은 없어진 지 오래고 여름과 겨울만이 존재하는 계절을 맞게 됐다. 지금부터 우리는 아내의 일사불란(?)한 봄을 맞이하는 이른 아침부터 집 안 구석구석 지난 계절 내 생긴 찌든 때를 없애고 있을 것이다. 짜증이 오를 대로 오른 아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작은 아이에게 소리친다.
막내도 짜증이 났는지 이른 아침에 잠을 깨운다며 투덜거린다. 이내 아내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작은 불만의 소리에도 상처를 쉽게 받는다. 늘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을 기준 삼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하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한 해의 첫째 철인 봄은 늘 우리에게 희망찬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
마치 올 해안에 당첨될 복권처럼. 아무리 추운 겨울을 겪어도 봄이 반드시 오듯이 올해에는 나 자신도 한층 성숙 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홍매화가 벌써 꽃이 피어 있다. 최근 몇 년간 서민들은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은 월급 빼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필품을 비롯해 모든 것이 다 올라 서민들은 어두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힘들었던 겨울은 가고 봄이 찾아왔다. 지금부터는 서민들의 고생이 끝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 만 가득하길 빌어본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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