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충격적인 실적이 발표되었다.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줄어든 4조3061억 원에 그치고 무엇보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97%나 줄어든 2,700억 원에 불과했다. 간신히 적자를 면해 삼성전자의 체면을 구겼다. 반도체의 영업이익이 이렇게 줄어든 것이 충격을 주는 것은 그동안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60~7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은 예상됐었다. 하지만 막상 발표된 실적은 시장 전망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도체가 호황을 기록했으나 하반기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소비와 수요가 급감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D램의 가격이 이달에 18% 하락했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반도체 재고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가격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부진한 실적이 올 상반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부정적이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도권 전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대만 TSMC는 미국·일본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삼성을 압박하고, 일본도 도요타·소니 등이 2025년 2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선언하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이 올 상반기에 조 단위를 넘는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부진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지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의 10% 이상, 전체 수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각종 국가 경제 지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산업생산은 1.6% 감소했는데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폭이다.
반도체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1위 품목이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은 그만큼 비중이 크다. 그리고 반도체가 실적이 부진할 때 한국 경제도 위기에 처한 기억이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실적 부진에도 반도체 부문 감산 없이 시설 투자도 지난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할 것이라 밝혔으나 시장을 쉽지 않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세계 각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인색하기만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편중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첨단 반도체 생산 체계로 전환을 서둘러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과감한 기술 투자와 인재 양성에 힘을 더해 진정한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로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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