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김명회 기자]서울-양평 고속도로 재추진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멈춰 섰던 사업이니만큼 반가움과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기대보다 의문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엔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이 사업은 애초 교통 문제에서 출발했다. 서울과 양평을 잇는 길은 주말이면 늘 막혔고, 이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은 충분했다. 문제는 노선이 바뀌면서부터였다. 변경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그 빈틈을 의혹이 파고들었다. 결국 사업은 멈췄고, 논쟁만 남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추진을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질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노선은 왜 바뀌었는가, 그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그리고 그 과정은 공정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 사업만 다시 꺼내 든다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교통 개선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지만, 반복되는 논란에 대한 피로감 역시 적지 않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역 사회에 남기는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이 지점에서 지난 20일 발표 이후 나온 양평군의 입장은 의미심장하다. 표면적으로는 환영이지만, 내용은 분명한 ‘조건부 수용’이다. 사업 재개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평군은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강하 IC 포함을 요구했고, 더 나아가 동부권과 홍천까지 연결되는 광역 교통망으로의 확장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라기보다, 실제 이용자 입장에서 체감 가능한 편익을 확보하겠다는 요구에 가깝다.
동시에 정치권을 향한 불신도 읽힌다. 특정 노선 고집과 정쟁 속에서 사업이 지연됐고, 그 피해가 지역에 전가됐다는 인식이다. 이 대목은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왜 ‘교통 인프라’에서 ‘정치 쟁점’으로 변질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단순하지 않다. 더 빠른 길을 놓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결정하고 어떻게 설명하느냐의 문제다. 경제성 분석과 교통량 예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왜 이 노선인가”에 대한 사회적 납득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같은 갈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절차의 투명성과 설명의 충분함이 전제돼야 한다.
길은 장비로 만들 수 있지만, 신뢰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착공이 아니라, 납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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