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강수국 기자]대한민국의 복지예산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보건·고용·사회복지 분야 지출은 국가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저출생·고령화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표면적으로 보면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순항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도는 다르다. 예산은 늘었지만, 국민의 삶은 왜 더 팍팍하다고 느껴질까. 첫째, 구조적 경직성의 문제다. 복지예산의 상당 부분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국고지원, 건강보험 지원 등 법정 의무지출이다. 한 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렵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는 연금·의료 지출을 자동적으로 증가시킨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영역에 유연하게 재배치하기 어려운 구조다.
둘째, ‘보편’과 ‘선별’ 사이의 혼선이다. 정치권은 표심을 의식해 보편적 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광범위한 현금성 지원은 정책 효과를 분산시킨다. 정작 절박한 취약계층에 대한 촘촘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셋째, 복지 전달체계의 비효율성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사업이 중복되거나,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유사 사업이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정비용 증가와 정책 효과의 저하로 이어진다. 복지의 양적 확대만큼 질적 혁신이 뒤따르지 못한 셈이다.
넷째, 재원 조달의 지속가능성이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세수는 불안정하다. 경기 침체 시 복지지출은 늘어나지만 세입은 감소한다. 국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복지’가 ‘미래의 빚’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단순한 삭감이나 무조건적 증액이 답은 아니다. 데이터 기반 성과 평가를 강화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복지는 생산성이 없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해 중복을 줄이고, 디지털 행정을 통한 전달체계 혁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복지를 ‘지출’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교육·돌봄·고용 연계 정책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복지는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척도다. 그러나 그 품격은 단순한 예산 총액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 복지재정은 지금, ‘얼마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복지의 방향을 묻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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