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의혹은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결론 난 사안을 다시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하는 순간, 그것은 문제 제기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 된다. 최근 불거진 여주시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기념비 모금 의혹’과 ‘메타세쿼이아 이식 의혹’ 고발 사태가 그렇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불법이 있었는가. 여주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 근거도 보여줬다. 기념비 모금 홍보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질의를 했고, 주민 생활 정보 차원의 홍보는 가능하다는 공식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것이다. 강요나 불이익은 없었고,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안내였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럼에도 ‘지자체장이 모금을 독려했다’는 문장은 법적 맥락이 제거된 채 위법의 인상으로 유통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행정의 합법성과 정치의 프레임이 충돌할 때, 사실은 늘 뒤로 밀린다.
더 심각한 대목은 메타세쿼이아 이식 사안이다. 이 사안은 이미 지난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거쳐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 끝난 사건이다. 그럼에도 다시 고발이 이뤄졌다. 새로운 증거도, 새로운 사실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왜 지금인가.
정치에서 ‘의혹 제기’는 강력한 도구다. 결과와 무관하게 상대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발 사실은 크게 보도되고, 무혐의는 작게 정리된다. 시민의 기억에 남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의심의 잔상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행정은 방어에 갇히고, 공직사회는 위축된다.
행정은 신뢰를 연료로 움직인다. 이미 결론 난 사안을 되풀이해 흔드는 방식은 행정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소모시키는 정치다. 그 비용은 고발인이 아니라 시민이 치른다. 행정력은 공방에 쓰이고, 정책은 지연된다.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에도 책임이 따른다. 끝난 사건을 다시 꺼내는 정치가 남기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피로감이고, 정의가 아니라 불신이다. 시민은 묻고 있다. 이 반복되는 고발이 과연 공익을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정치적 유불리를 향하고 있는가.
의혹은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을 이긴 의혹은 없다. 이미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면, 이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고발장이 아니라 다음 행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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