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독립기념관장 해임 사태… 3.1절 맞아 부끄럽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6/03/02 [11:16]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독립기념관장 해임 사태… 3.1절 맞아 부끄럽다

시대일보 | 입력 : 2026/03/02 [11:16]
본문이미지

▲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1986년 8월 4일 밤, 천안시 어디에서든 동쪽 흑성산 아래에서 타오르는 불빛을 볼 수 있었다.

 

개관을 앞둔 독립기념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천안은 물론 인근 지역 소방서에서까지 소방차가 달려왔지만, 불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경찰조사 결과 독립기념관 천장 전기 공사를 하면서 110볼트 전선에 380볼트 전선을 연결하자 스파크가 발생,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것은 이 같은 큰 전기 공사를 하면서 무자격 전기 기사에게 일을 맡겼다는 것인데,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독립기념관 개관은 1년 늦춰졌고, 1987년 8월 15일 개관식을 겸한 광복절 기념식이 진행됐다.

 

개관과 함께 초대 이사장에는 김구 선생 차남 김신 전 공군 참모총장이 맡았고, 안중근 의사의 집안 조카 안춘생이 관장에 취임하는 등 독립기념관 맛갖게 진용을 갖췄다. 더욱 독립기념관 주변 일대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생가가 많아 한껏 ‘독립정신’의 분위기를 돋웠다.

 

유관순 열사의 생가가 바로 지근 거리에 있는 것을 비롯, 상해 임시정부 주석,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녕 선생, 건국 후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청산리 전투의 영웅 이범식 장군, 그런가 하면 구한말 개화당 지도자 김옥균 선생 생가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광정리에 있다.

 

이런 역사적 풍토 위에 12만 평에 달하는 넓은 터전에 높이 56미터로 우뚝 솟은 ‘겨레의 탑’은 꺾이지 않는 민족정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에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기념비에 그의 이름을 새겼는데 얼마 후 철거해버렸다. 도대체 이곳에 ‘전두환’의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독립운동 인명사전’을 발행할 때는 친일 행적의 의혹이 있는 인물은 삭제하는 등 독립정신에 충실해 온 독립기념관이 요즘 내홍에 휩싸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형석 관장이 아직 임기가 남았음에도 퇴진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며, 급기야 정치권에까지 불이 붙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보훈부가 독립기념관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김 관장에 관련된 지적이 14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며, 이를 토대로 독립기념관 이사회는 지난 1월 1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김 관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재가하여 해임 파문은 일단락됐다. 물론 김 관장의 행정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4가지 위반 사항이 대부분 행정 사항이고 금액으로 따져 봐도 55만 원 상당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 관장 측 주장이다.

 

역사학자인 김 관장은 전부터 “이승만과 김구를 모두 ‘건국의 아버지’로 둬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라든지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한 것 등이 보수·진보의 진영 갈등을 일으켜 왔다.

 

민주당은 그의 발언 가운데 독립운동을 비하하는 내용이 있다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김 관장을 ‘친일적 뉴라이트’라고 비판한 뒤 2024년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독립기념관 노조, 사회단체와 함께 김 관장 출근 저지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물론 김 관장은 이와 같은 퇴임 사유에 강력히 반대했다.

 

특히 ‘우리 민족 서로 돕기 운동’도 참여했음을 내세워 ‘뉴라이트’ 관계를 배격하고 있다. 따라서 해임에 불복하여 법정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민족의 긍지 ‘독립기념관’이 관장 문제로 시끄러운 것은 불행한 일이다. 진영을 초월하여 어떻게 초심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건축 당시 무자격 전기 기사가 화재를 냈던 그 참담했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일모레 3.1절 107주년을 맞아 진영으로 갈라진 우리 현실이 부끄럽다.

 

  • 도배방지 이미지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