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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반도체특별법, 결단을 피한 정부의 책임 회피

김명회 기자 | 기사입력 2026/02/01 [14:58]

[논설] 반도체특별법, 결단을 피한 정부의 책임 회피

김명회 기자 | 입력 : 2026/02/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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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회 국장.    

[시대일보=김명회 기자]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을 두고 정부는 “국가 반도체 전략의 제도적 완성”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이 법은 완성이 아니라 회피의 기록에 가깝다. 국가 전략산업을 말하면서도, 국가가 져야 할 가장 무거운 책임을 끝내 명문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전력과 용수다. 이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특별법은 전력·용수·도로 지원을 “한다”고만 적었을 뿐, 누가 언제 어떤 예산으로 책임질 것인지는 비워두었다. 국가 전략산업을 선언하면서 재정과 갈등 부담은 여전히 지자체와 기업, 지역사회로 떠넘겼다. 책임은 분산시키고, 성과만 국가가 취하겠다는 구조다.

 

대통령 소속 특별위원회 설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결단이 없어서 문제가 누적돼 왔다. 위원회 하나 더 만든다고 송전선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용수 확보 비용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조정 기구는 결단을 대신할 수 없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결정은 정부의 태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논쟁을 감수하기보다 쟁점을 제거했고, 산업 현실에 대한 판단은 다음 정부, 다음 국회로 미뤘다. 반도체특별법은 이렇게 ‘지금 통과되는 법’은 됐지만 ‘지금 작동하는 법’은 되지 못했다.

 

국제 경쟁 환경과 비교하면 이 한계는 더 뚜렷해진다. 미국과 유럽은 막대한 재정 투입과 규제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반도체를 사실상의 안보 산업으로 다룬다.

 

반면 한국 정부는 “특별법이 있으니 된다”는 말로 시간을 벌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정부는 절차와 합의라는 이름으로 속도를 포기했다.

 

이 법이 남긴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의 이월이다. 클러스터 지정은 수도권과 지방의 충돌을, 예타 면제는 재정 형평성 논란을, 전력·용수 지원은 환경과 주민 갈등을 다시 불러올 것이다. 그 갈등을 조정하는 책임 역시 결국 정부 몫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책임을 법에 써넣지 않았다.

 

반도체특별법은 출발선에 선 법이다. 그러나 국가 전략산업은 출발선에 서는 것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반도체를 말로만 전략산업으로 대우할 것인가, 아니면 재정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실제로 책임질 것인가.

 

특별법은 통과됐다. 이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법이 아니라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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