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류센터가 소재하는 경기남부지역, 경제는 살아났는가?경기 남부지역에 위치하는 쿠팡 물류센터의 불편한 공존
[시대일보=김명회 기자]경기 남부는 대한민국 물류 지형의 최전선이다. 용인, 이천, 여주, 안성, 평택, 화성으로 이어지는 축은 수도권 소비시장과 전국 배송망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아 왔다. 이 지역에 쿠팡 물류센터가 집중적으로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물류는 들어왔지만, 지역경제는 얼마나 남았는가라는 질문이다.
쿠팡 물류센터 유치 당시, 지자체가 내세운 명분은 분명했다. 대규모 고용 창출, 유휴부지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 경기 남부 곳곳에서 제기되는 평가는 훨씬 복합적이다.
고용은 늘었지만, 산업은 자라지 않았다 경기 남부 쿠팡 물류센터는 단기간에 수천 명의 고용을 만들어냈다. 제조업 공동화와 청년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던 지역에는 분명 즉각적인 완충 효과가 있었다. 특히 단순노무 중심의 물류 일자리는 진입 장벽이 낮아 지역 고용 통계 개선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 고용은 산업의 성장 고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물류센터는 생산도, 기술 개발도 하지 않는다. 지역 대학, 연구기관, 중소 제조업과의 연계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남부는 “사람은 일하지만, 산업은 남지 않는 공간”으로 고착될 위험을 안고 있다.
세수 효과는 기대보다 작고, 비용은 분명하다 물류센터 입지로 재산세·취득세 등 일부 지방세는 증가했다. 하지만 법인 이익과 의사결정은 본사와 해외 법인에 집중돼 있다. 각종 유치 인센티브와 감면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체감하는 재정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 비용은 명확하다. 대형 화물차 증가로 인한 교통 혼잡, 도로 유지비, 소음과 환경 민원은 고스란히 지역의 부담으로 남는다. 특히 주거지와 산업·농업 지역이 혼재된 경기 남부의 공간 구조상, 이러한 갈등 비용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크다. 지역 상권은 살아나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가 지역 소비를 늘렸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온라인 소비 전환이 가속되며, 전통시장과 동네 상권은 더 빠르게 위축됐다. 물류센터 종사자의 소비가 일부 발생하더라도, 이는 지역 상권을 구조적으로 회복시킬 수준은 아니다.
결국 경기 남부는 소비는 흡수되고, 이익은 외부로 이전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는 물류 중심 경제의 구조적 한계다.
경기 남부가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이미 반도체, 첨단 제조, 연구개발이라는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축이다. 그럼에도 물류센터가 손쉬운 대안처럼 반복 유치될 경우, 지역은 점차 저부가가치 물류 집적지로 성격이 변질될 수 있다.
물류는 필요하다. 그러나 물류만으로 지역은 성장하지 않는다. 쿠팡 물류센터는 경제 성장의 엔진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소비를 처리하는 인프라에 가깝다.
이제는 조건을 바꿔야 한다. 경기 남부가 쿠팡 물류센터를 계속 수용해야 한다면, 전제는 분명하다. 더 이상 “유치냐 반대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조건의 물류를 허용할 것인가에 있다.
첫째, 고용의 질은 선언이 아니라 협약으로 관리돼야 한다. 단기·유연 고용 중심의 구조가 아니라, 정규직 비율과 근로조건, 지역 인재 채용을 명문화한 협약이 필요하다. 숫자로만 존재하는 일자리는 지역경제를 지탱하지 못한다.
둘째, 교통·환경 비용에 대한 기업의 명확한 분담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그 구체적 방안 중 하나는 물류센터별 단독 사업자등록을 통해 지방소득세를 지역에 귀속시키는 제도적 장치다.
현재처럼 수익은 본사에 집중되고, 사회적 비용은 지역이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쿠팡 본사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지역 단위로 일부 환류시킬 수 있는 구조적 세수 체계 보완이 불가피하다. 셋째, 물류 단독 입지가 아닌 제조·데이터·R&D와 연계된 복합 산업 전략이 요구된다. 물류는 산업 생태계의 출발점이 아니라 종착지에 가깝다. 물류만 남는 지역은 성장하지 못한다.
물류를 선택할 것인가, 산업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조건의 물류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 남부는 더 이상 단순한 배송의 경유지가 아니다. 이 지역은 지금, 대한민국 산업 구조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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