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김명회 기자]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을 자임하려면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반도체 공장은 누가, 어떤 전력으로,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가.?
정부는 용인을 ‘국가 전략 산업의 심장’이라 부르면서도, 그 심장을 움직일 혈관인 전력 문제에서는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전력은 시장에 맡기고, 송전은 한전에 떠넘기며, 정책은 정권마다 흔들렸다. 그 결과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면서도 전력 수급은 여전히 “계획 중”이라는 말만 반복되는 기형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발전량이 아니라 책임 구조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이 지점에서 신안 태양광이 소환된다. 신안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상징으로 포장됐다. 주민 참여와 지역 환원,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구호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신안 태양광은 반도체 산업의 전력 해법이 될 수 없다.
신안 태양광 전체 발전량을 모두 합해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하루 전력 수요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설령 송전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도, 태양광의 간헐성은 반도체 공정이 요구하는 전력 품질을 충족할 수 없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와 공정의 문제다.
RE100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현실을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RE100을 전면에 내세운 채, 실제 전력 책임은 다음 정권과 다음 세대로 넘겼다. 이는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에 가깝다. 가장 위험한 것은 무책임한 낙관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앞다퉈 RE100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단독 기준에서 RE100을 물리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무중단 가동과 절대적 전력 품질을 전제로 한다. 전압과 주파수의 미세한 변동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간헐적 전원인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이를 감당하겠다는 발상은 기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전력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가의 100년 대계는 전력에서 도망칠 수 없다.
신안 태양광은 지역 정책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용인 반도체를 지탱할 수 있다는 환상은 이제 끝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상징이 아니라 명확한 전력 책임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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