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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고종, 일본으로부터 부끄러운 기밀비 10만 원을 받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7/28 [10:25]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고종, 일본으로부터 부끄러운 기밀비 10만 원을 받다

시대일보 | 입력 : 2025/07/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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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고종과 명성황후(민비)는 일본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청에 의지했다.

 

그래서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이홍장이 불법적으로 대원군을 납치하여 중국 심양에 3년 동안 유폐시켰을 때도 그냥 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1894년 청일전쟁에서 믿었던 청군이 패하자 고종과 명성황후는 생각이 바뀌었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 청보다는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고 했다.

 

이렇게 되자 청은 조선의 러시아 접근을 막기 위해 유폐시켰던 대원군을 석방하여 조선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청의 원세개는 1887년 대원군과 공모, 고종을 폐위시키고 대원군의 장남 이재면을 왕위에 앉히려는 정변을 꾀했으나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1895년 소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일본 자객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자 고종은 신변의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

 

고종은 친러파 이범진 등과 모의, 1896년 2월 11일 야간을 이용하여 세자를 데리고 극비리에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때 친일파 거두로 알려진 이완용도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 가담했다. 특이한 것은 그 무렵만 해도 이완용은 친일파가 아니라 친러파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다녀와서는 친미파로 변신했는데 미국과의 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자 친일파로 돌아섰고, 매국노로 낙인이 찍혔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1897년 2월 20일까지 1년 동안이나 더부살이를 했다. 한 나라의 왕이 자기 궁을 버리고 타국의 공사관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청나라처럼 러시아도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고종의 마음은 또 흔들렸다.

 

1905년 9월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딸 앨리스가 중국을 거쳐 조선을 방문했는데 고종은 이를 계기로 미국의 도움을 얻고자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이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막대한 경비를 들여 접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두 달 전 ‘태프트·가스라’ 밀약이라고 하여 필리핀은 미국이, 조선은 일본이 차지하기로 극비리에 약정을 했을 때였다. 그만큼 고종은 세계정세에 캄캄했던 것.

 

정부 대신들 역시 세계정세에는 눈을 감고 친 중국, 친 러시아, 친 미국, 친 일본으로 자신들의 입신 영달을 위해 변신을 해가며 암투만 벌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고종 자신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여 망국의 길을 재촉했다.

 

1905년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을 일본의 위협 속에 추진하려 하자 참정대신 한규설, 원로대신 조병세, 탁지부 대신 민영환 등이 고종의 면전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고종은 ‘이처럼 크게 벌일 일이 아니고 또 요량해서 처분을 내릴 것이니 경들은 그리 알라’(고종실록)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규설을 파면하는가 하면 그래도 조병세와 민영환이 물러나지 않자 체포하여 궐 밖으로 쫓아냈다. 쫓겨난 민영환은 그해 11월 30일 ‘마지막으로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그의 나이 44세.

 

조병세는 을사늑약 반대 시위를 벌였고 12월 1일에는 상경을 하다 일본군에 저지당하자 최후의 유서를 남기고 가마 안에서 자결했다. 하지만 고종은 그렇게 반대하던 일본으로부터 황실 자금 부족을 이유로 2만 원을 받았고 11월 11일에는 하야시 곤스케가 뇌물과 다름없는 기밀비라는 이름으로 1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고종에게 바쳤다.

 

참으로 슬픈 조선 패망의 최후 모습이다. 또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중심을 잃고 방황하던 조선의 모습이다.

 

100여 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우리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단순히 지정학적 운명만을 탓해야 할까…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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