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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정치의 악연(惡緣)과 인연(因緣)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6/30 [16:06]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정치의 악연(惡緣)과 인연(因緣)

시대일보 | 입력 : 2025/06/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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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창극에서나 연극의 소재로 ‘춘향전’처럼 오랜 역사를 두고 사랑을 받아온 고전도 드물 것이다.

 

그 옛날에도 그렇게 감동적인 로맨스가 가능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큰 스토리다. 권력을 이용하여 춘향이에게 성 착취를 가한 변사또의 행위는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몽룡은 칭찬받아야 할 인물인가?

 

물론 암행어사가 되어 사랑하는 춘향이를 죽음 직전에 구해내고 악행을 저지른 변사또를 처벌하는 과정은 통쾌하다. 여기서 관중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몽룡은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공적 권력을 사용한 것이다. 암행어사 마패는 사적 악연을 척결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렇듯 과거에는 사적 악연으로 국가에 피해를 주는 일이 많았다. 추사(秋史) 김정희는 무려 9년간이나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거기에는 사적 악연이 도사리고 있다.

 

추사가 암행어사를 할 때 충청도 비인현감 김우영의 비리를 밝혀내고 파직시킨 일이 있었다. 원래 성품이 강직한 추사는 계속 승승장구하였고 임금의 총애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1840년(헌종 6년) 동지부사에 임명되어 청나라로 떠나게 되었는데 갑자기 의금부에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과거 추사에 의해 파직당했던 김우영이 그동안 추사를 탄핵할 구덩이를 파고 있었던 것이다. 추사의 아버지의 일을 고리로 한 탄핵이었는데 추사는 가혹한 국문을 당하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제주도에서 9년이라는 긴 유배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 가슴에 얼마나 한이 서렸을까. 그 빛나는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와 ‘추사체’라는 서도도 그 한(恨) 속에 탄생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누구도 상상 못 했던 12.3 계엄령 사태를 일으킨 것도 그렇다. 그 계엄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사적 인연에서 기인했다는 게 정설처럼 퍼지고 있다.

 

尹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부인 ‘김건희 특검’의 국회 표결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미 1차 특검 표결에서 자신이 속한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 중 한동훈 계열의 몇 의원이 반란표를 던졌던 터라, 다시 표결에 부쳐지면 통과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후폭풍이 굉장할 것을 직감한 윤 전 대통령은 부인 보호를 위해 ‘해서는 안 될 길’을 택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결국 그 길은 탄핵이라는 낭떠러지로 가는 길이었고, 안 해도 될 선거를 치러야 했으며 당원 번호 1호인 그의 국민의 힘은 야당이 되어 내홍에 빠져 있다.

 

만약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처럼 비리에 관련된 아들을 과감히 단죄한 것처럼 윤 전 대통령도 그런 결단을 보였으면 어떠했을까?

 

이재명 정부 출발 후 처음으로 탄생한 내란, 김건희, 채 상병 등 3대 특검 가운데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인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검의 경우, 尹 전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4기 선배이고 서울고검장 때 윤 전 대통령은 그 아래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그러나 2019년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발탁되자 사임을 하고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도 유력한 총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아래 기수가 발탁되자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그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했고 여기서 국민권익위원장 전현희(현 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감사 문제로 여권과 마찰을 보이는가 하면 윤 전 대통령의 관저 공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 윤 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가 조성됐었다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 관계가 이제는 공수(攻守)가 바뀌었으니 유행가 가사처럼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까?

 

아무튼 칼자루를 쥐고 있는 특검의 손이 악연이나 사적 감정에 의하지 않고 그야말로 ‘법과 원칙’으로 모든 의혹을 밝혀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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