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위헌 여부를 3일 선고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가 추천한 후보 3명 중 마 후보를 빼고 여야 합의가 이뤄진 2명만 임명한 데 반발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지는 선고다. 헌재는 이 사건 선고를 위해 특별 기일까지 잡는 등 최대한 서두르는 모양새다. 논란의 여지가 큰 사안인 만큼 빨리 정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헌재가 다른 사건들을 다루는 태도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일례로 헌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무려 5개월 만에야 기각했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을 기각하기까지 사건 접수 이후 무려 174일이나 걸렸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누가 보아도 정략적인 탄핵 소추였다. 사건 심리가 오래 걸릴 게 없는데도 5개월이나 끌었다. 지금 헌재엔 한덕수 전 권한대행 탄핵안과 한 총리 탄핵정족수에 관한 사건, 감사원장 탄핵안,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검사 무더기 탄핵소추 등 9건이 계류돼 있다. 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사건보다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29일 먼저 헌재에 접수된 것이다. 이 중 특히 한덕수 전 대행 탄핵안은 국정안정을 위해서도 가장 시급히 결론 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모두 놔두고 마은혁 재판관 문제부터 처리하겠다고 한다. 헌재의 ‘선택적 속도’에 뒷말이 많은 이유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일부 재판관들의 야당 편향 논란도 거세다. 그런 와중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를 과도하게 서두르면서 정작 이미 결정했어야 할 심판은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다 보니 ‘선택적 속도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시가 급하고, 사안이 복잡하지도 않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과 가결 정족수 문제에 대한 심리는 질질 끌고 있다. 오는 5일에야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대통령 아닌 일반 공무원’ 가결 정족수로 밀어붙이는 것을 용인하면, 대통령 대행을 과반 의석 야당이 맘대로 직무 정지시키는 것을 거드는 셈이 된다.
이런 와중에 만약 헌재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 논란은 더 커질 것이다. 마 후보는 노골적인 좌파 성향 인물이다. 판사 시절 국회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민노당 보좌진 등에 대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릴 정도였다. 현재 헌재는 재판관 8명으로 심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근혜 탄핵 심리도 8명이 했다. 마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확률이 높은 진보 성향의 인사로 꼽힌다. 마 후보자는 2009년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민노당 보좌진 등에 대해 1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려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높이려 마 후보 임명 건을 맨 먼저 처리하는 것 아닌지, 법리보다 진영 논리를 우선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 기각 당시 8명 재판관 의견은 4대4로 갈렸다. 탄핵에 찬성한 4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또는 민주당의 지명을 받았거나 평소 진보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이 나온다면 헌재가 진영 논리로 움직인다는 정치적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더욱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헌재가 그 판단은 뒷전이고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심판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논란이 우선적으로 해소되어야 최 권한대행의 권한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데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불임명' 위헌 여부부터 따지겠다니 '야당 추천 몫 헌법재판관 챙기기'라는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
헌재는 한 전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했는지와 의결정족수가 적법했는지에 대한 결정을 먼저 내려야 한다. 헌재는 헌정질서의 최후 보루라는 점에서 한 점 의혹 없는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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