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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걸핏하면 탄핵에 고발… 민심 역풍 두렵지 않은가.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1/10 [09:00]

[사설] 걸핏하면 탄핵에 고발… 민심 역풍 두렵지 않은가.

시대일보 | 입력 : 2025/01/10 [09:00]

[시대일보]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무 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이 경호처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를 ‘내란’으로 규정한 데 이어 "경호처의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며 최 대행을 고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한덕수 권한대행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했다는 이유로 탄핵했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모자라 권한대행의 대행마저 탄핵하겠다고 겁박하다가 고발한 것인데, 이는 제1야당으로서 국정 혼란을 가중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 내란극복·국정안정특위와 법률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 권력자이자 경호처가 소속된 대통령실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과 책무가 있는 최 권한대행은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 집행을, 물리력을 동원하여 저지하는 등 사법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경호처의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내란 관련 상설특검법이 지난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최 권한대행은 법에 따른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현재까지 행하고 있지 않다. 지난 정부들도 3일 이내에 특검 추천을 국회에 의뢰했던 것에 비춰보면, 최 권한대행은 명백히 의무를 해태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것은 대통령 경호처였다. 그 아수라장을 국민이 실시간 눈으로 확인한 마당이다. 최 대행이 경호처장에게 체포 협조를 지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사법처리될 직무 유기로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물며 탄핵 사유라고 생각할 국민은 몇이나 되겠나. 그런데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제2의 내란 행위”라며 최 대행을 비판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경호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박 처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 관련 수사가 지연된 데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 최 대행에게 묻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리더십 공백에 따른 국가 위기 상황을 자초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탄핵이든 수사든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윤 대통령의 행태는 질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문제와 최 권한대행의 탄핵은 별개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던 민주당은 결국 한덕수 권한대행을 탄핵했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의 반발에도 고심 끝에 국회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서 탄핵 심판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를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하겠다고 겁박한 것도 모자라 고발한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윤 대통령 수사는 수사기관에 맡겨놓는 게 타당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절차대로 진행하면 된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다고 해서 공수처나 경찰에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수사와는 별도로 공정하고 신속한 심리를 통해 탄핵 결정을 내리는 건 헌재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최 대행 탄핵에 이어 윤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오동운 공수처장까지 “탄핵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다 고발하고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탄핵 정국이라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맡은 최 권한대행을 흔드는 건 국가의 위기를 가중할 뿐이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걸핏하면 ‘탄핵’ 운운하며 압박하는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행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민주당과 생각이 다르면 모조리 처단하는 공포 정치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자신들의 정권 쟁취에 방해되면 다 치겠다고 달려드는 도를 넘는 행태는 언젠가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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