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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불안 가속하는 비정상적 정치 행위 유감(遺憾)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2/09 [09:00]

[사설] 국민 불안 가속하는 비정상적 정치 행위 유감(遺憾)

시대일보 | 입력 : 2024/12/09 [09:00]

[시대일보​]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놀란 국민들은 혹시 모를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천만다행으로 이번 비상계엄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속속 드러나는 반헌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정황들은 도무지 믿기 힘든 수준이다.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거야가 계엄령 해제를 결의하면 즉시 해제되는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왜 이런 무리수까지 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이 계엄령 관련 잇따라 드러나는 정황들을 보면 국민 용서를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는 것들이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방첩사령부가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까지 전달했는데 그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계엄령이었다고 하더니 이 명단을 보면 그 해명조차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담화문에서 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와 계속된 탄핵소추안 발의를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다. 야당이 내년 예산안에서 4조 천억 원을 삭감,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으로 국가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심야에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여기에 더해 비상계엄 후 국회 진입을 시도하던 계엄군이 시민들과 대치하다가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진입하는 장면들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모두 윤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벌어진 일들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탈당과 질서 있는 퇴진 등의 이야기가 백가쟁명식으로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며 민주당은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했으나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 참여한 후 대거 퇴장했다. 여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정족수(200석)를 채우지 못해 9시20분께 투표는 성립되지 못하고 탄핵안은 폐기됐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으로 국격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국민의 분노가 하늘로 치솟았지만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탄핵안 처리는 불발됐다. 국정 동력을 잃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이 될 때까지 탄핵안을 재발의하겠다고 맞서면서 정국은 예측 불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해프닝'으로 레임덕과 오욕을 자초하고, 결과적으로 거대 야당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이 지경이면 윤 대통령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탄핵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길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다. 국정을 혼란케 하고 국가를 위기에 내몬 책임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스스로가 질서 있는 퇴진을 결단하는 것뿐이다.

  

아울러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잘못된 처사지만, 민주당도 이번 사태의 원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온갖 술수를 동원하면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의 무력화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없어진 사회 문제의 책임을 지도자에게 묻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국민의 걱정을 덜어 주고 안정시켜 줘야 하는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불안케 하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고 있는 작금의 한국 정치에 있어 윤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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