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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북한, 러시아의 공화국으로 편입되나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1/25 [15:14]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북한, 러시아의 공화국으로 편입되나

시대일보 | 입력 : 2024/11/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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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훌렁 벗겨진 대머리와 부릅뜬 눈이 특징인 미국 배우 율 브린너는 ‘왕과 나’ 등 여러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가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이 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인으로 벌채업을 했는데 울릉도, 압록강, 두만강 등을 무대로 구한말 나무를 마구 베어갔다.

 

그때 율 브린너는 어렸지만, 아버지를 따라 우리나라에서 잠시 살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금광에도 손을 댔었는데 러시아는 그렇게 우리 광산, 산림 벌채 등 많은 이권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고종이 러시아에 귀중한 자원을 많이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고종은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했을까?

 

1895년 명성황후(민비)가 궁궐 담을 넘어 침범한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이른바 ‘을미사변’이 발생하자 고종은 신변에 큰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친로파(親露派) 이범진, 이완용 등이 러시아 공사 베버르와 음모를 꾸며 1896년 2월 11일 경복궁 왕의 거처에서 정동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세자와 함께 극비리에 파천을 하도록 한다. (친일파의 원흉 이완용이 이때만 해도 친로파였음이 흥미롭다)

 

이것을 역사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 하고 러시아에서는 ‘왕의 러시아 공사관 망명’이라고 하는데 1897년 2월 20일까지 1년 좀 넘게 이곳에서 고종은 기거하며 국사를 보았다.

 

한 나라의 임금이 자기 나라 궁전을 떠나 남의 나라 공사관에서 숨어 국사를 보았다는 것은 자존심을 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더욱 러시아는 고종의 파천을 이용하여 군대를 끌어들였으며 조선의 모든 통치를 마음대로 휘둘렀다. 이때 금광 채굴권이나 울릉도, 백두산,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의 산림 벌채권을 넘겨주는 실책을 범했다.

 

율 브린너 아버지가 이 이권의 현장에 뛰어든 것도 이때였다.

 

사실 러시아는 이 무렵 기회만 되면 조선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 미국, 프랑스는 물론 일본까지도 경계심을 갖고 러시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러시아는 세력 확장을 위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며 그 최고의 선택은 조선 점령이었다. 그러자 영국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 무렵은 미국보다 영국이 세계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1885년 러시아의 조선 지배를 막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으니 그해 4월 15일 영국 해군이 세 척의 함대를 이끌고 우리나라 남해 거문도를 무단 점령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거문도를 자기들 마음대로 ‘해밀턴’ 항이라 명명하고 섬 주변을 요새화하는 한편 이 사실을 세계 주요 정부에 통고했다.

 

지금도 거문도에는 그때 설치했던 포대 흔적과 여기서 죽은 병사의 무덤이 남아있다.

 

이렇게 되자 허를 찔린 러시아가 영국군이 거문도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자기들은 제주도를 점령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무력 충돌의 긴장까지 이르렀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는 조선 영토를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영국 외무성에 통고함으로써 거문도의 영국 함대는 1887년 2월 5일 거의 2년 만에 철수했다.

 

이렇듯 러시아는 우리를 괴롭혀온 불곰 같은 존재였고 스탈린이 김일성으로 하여금 6.25 남침을 하도록 충동질을 한 원흉이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그들 젊은이들을 외화벌이 용병으로 제공하는 것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또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신변 보호를 하는 대가로 이권을 넘겨주었듯이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을 대가로 자신과 김씨 세습 정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더욱 애처롭다. 이렇게 가다가 북한이 러시아의 한 공화국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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