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점입가경(漸入佳境). 갈수록 태산이다. 선거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발 대통령실 리스크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로부터 인수위에 와서 면접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명 씨의 주장이 나온 데 이어 급기야 15일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라는 김 여사의 문자까지 공개됐다. 같은 날 명 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듯한 녹취록도 터져 나왔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님’으로 저장된 상대와 나눈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 속 김 여사는 ‘오빠’라고 지칭한 인물을 두고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깎아내리며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썼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입당 전 나눈 사적 대화”라면서 문자 속 오빠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명 씨는 즉각 “친오빠는 정치를 논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명 씨가 스쳐 지나간 짧은 인연이란 대통령실 해명을 뒤집는 것이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 뉴스매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명 씨가 “젊은 애들 응답 계수를 올려 갖고 2∼3% 홍(준표)보다 (윤 후보가)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지시하는 전화녹음을 공개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를 조작해 공당의 경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이와 별개로 명 씨가 대선 본선 때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된 터여서 매우 충격적이다.
명 씨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대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부인 또는 침묵만 할 게 아니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명 씨 의혹이 커지는 동안 대통령실의 대응은 오히려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해명을 내놓아도 사실과 다른 게 금방 확인되거나, 일부 유리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해명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명 씨는 “내가 입을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 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거 브로커가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지 1개월이 넘었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말끔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진실을 철저히 밝혀내 응당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명태균 게이트가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김 여사 리스크가 국정의 최대 리스크라는 점만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김 여사 관련 발언들에 시중 여론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런 분(김 여사)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여론을 대변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브로커에 가까운 형사 피의자가 대통령 부부와 여당 지도부를 공개 협박하는 모습은 막장 드라마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막장을 지켜봐야 하는가.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는 김 여사 카톡 캡처본 공개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조치가 제때 나오지 않는 한 정국혼란이 위험 단계로 커질 수 있음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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