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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실, 눈과 귀 열고 민심에 귀 기울여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10/02 [09:00]

[사설] 대통령실, 눈과 귀 열고 민심에 귀 기울여야

시대일보 | 입력 : 2024/10/02 [09:00]

[시대일보]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나 성과는 없는 맹탕 회동으로 끝났다. 한동훈 당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는 없었고, 민심을 전할 발언 기회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은 우려했던 대로 90분 내내 윤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으로 덮였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밥만 먹고 끝났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꼰대 회식’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판국이다. 결국, 집권 세력의 감정싸움만 도드라졌다는 평가다.

 

이번 회동은 지난 7월 전당대회 후 진행된 당선자 만찬에 이어 2개월 만에 성사된 회동이다. 오랜만에 당정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국민은 기대했다. 그러나 90분에 걸친 회동에서 시급히 다뤄야 하거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이 전혀 논의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단독 만남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7월 전당대회 이후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와의 상견례 형식 만찬이라고 하지만, 의정갈등을 비롯한 각종 난제가 산적한 엄중한 시기에 회합한 당정 지도부가 여러 정국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 한마디 없이 사실상 밥만 먹은 '빈손 회동'에 그친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실망스럽다.

 

사실 회동 결과는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만찬 전부터 양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 터였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단독 만남을 '공개 요청'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사실상 '공개 거절'하는 듯한 모습부터 생경했다. 여당 지도부가 민심을 전하고 건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경청하고 당부하는 통상적 당정 지도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뒤에는 '친윤'·'친한'계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화합이 아니라 오히려 불화와 긴장만 키워놓은 모양새가 됐다.

 

여권 전체가 비상한 각오로 지혜를 모아도 풀기 쉽지 않은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7개월 넘게 출구를 못 찾는 의·정 갈등, 국정농단 의혹으로 커져가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고물가로 인한 민생 고통까지 나라 상황이 평안하지 않다. 그런데도 현안 얘기 없이 “신임 여당 지도부 격려”를 위해 당정이 만난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애초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다.

 

현재의 시국 상황은 국정의 두 축을 이루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판이다. 이번 회동을 여권이 새롭게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어야 했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다시 놓치고 말았다.

 

의정갈등의 해법을 찾고자 내놓은 여야의정 협의체는 제안한 지 보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출범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이고,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내수 부진에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서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정 실패와 민심 이반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서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는 게 옳다. 국정 해법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여당은 민심의 최일선에 있는 소통 창구이기 때문이다. 야당도 아닌 집권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소통이 이렇게 힘들 일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더 이상 당정 갈등이 국정 운영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독대를 포함해 격의 없는 소통 방안부터 찾기 바란다.

 

아울러 난국을 타개하려면 윤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세심하게 정책을 추진해 경제·민생 회복 성과를 거둬야 한다. 김 여사 관련 논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명품백 수수에 대한 사과와 특별감찰관 임명, 대외 활동 자제 등의 후속 조치들도 필요하다. 또한, 한 대표는 불필요한 당정 갈등과 자기중심 정치를 피하되 정부와 대통령실에 매서운 민심을 전달하고 협의하면서 진정한 정국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운명공동체’인 여당과 정부·대통령실이 신경전을 멈추고 국민 눈높이에서 국정 대쇄신을 해야 국정 동력 상실 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민생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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