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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엇갈린 ‘명품백’ 수심위 판단, 엄정한 법리로 결론 내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9/27 [09:00]

[사설] 엇갈린 ‘명품백’ 수심위 판단, 엄정한 법리로 결론 내야

시대일보 | 입력 : 2024/09/27 [09:00]

[시대일보​]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라는 ‘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수심위원 15명 중 기소 의견 8명, 불기소 처분 의견 7명으로 '1표 차이'로 결론이 갈렸다. 최 목사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에게 건넨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 등의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 여러 사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줬다는 최 목사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권고한 것과는 정반대의 판단이다. 당시 위원들은 수사팀과 김 여사 측 변호인 의견, 최 목사 의견서를 토대로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를 살펴본 뒤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 권고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금품을 받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고 법리상 김 여사가 받은 금품과 윤 대통령 직무 사이 관련성,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사팀 판단을 수용한 것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가방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에 대한 처분을 다르게 판단했으니 사건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검찰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진 상황이다. 당초 검찰은 김 여사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15일 이전에 최종 무혐의 처분할 예정이었다.

 

최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22년 9월 서초동 사저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찾아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300만 원 ‘디올백’에 대해 검찰 수사팀은 접견을 위한 수단이고 대통령 직무와도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고, 김 여사 수심위도 동의했다. 그러나 이번 최 목사 수심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최 목사에게 가방을 사주고, 몰카까지 달아준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영상만 봐도 청탁 목적보단 김 여사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몰카 공작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수심위 판단은 달랐다. 지난 5월 검찰 수사 때 가방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했던 최 목사가 청탁 목적이 있다며 자신을 처벌해 달라고 돌변한 것도 뻔한 속셈이다.

 

검찰은 "두 차례의 수심위 결정을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심위의 판단으로 검찰이 김 여사와 최 목사 양측 다 불기소 또는 기소 처분을 내리든, 아니면 어느 한쪽만 재판에 넘기든 여론의 공방과 정치적 시비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원석 전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으나 서울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를 비공개 방문 조사했다. 뒤늦은 수사 보고로 ‘총장 패싱’ 논란까지 빚으면서 검찰 내 갈등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단순한 사안인데도 고발 이후 수사에 미온적이었고, 더구나 수사팀은 김 여사를 제삼의 장소에서 조사하고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조차 하지 않아 '황제 조사', '총장 패싱' 지적까지 나왔다.

 

수심위의 의결 사항은 검찰에 권고적 효력만 지니지만, 검찰은 두 차례 수심위 의결이 모두 나온 이상 최종 결정에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검찰은 판단하면 된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처분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정치적 고려 없이 법리적 판단에만 근거해 엄중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엄정하고 신속한 판단으로 정쟁의 여지를 한 치라도 줄여 주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이다. 성역 없이 공정하고 원칙적으로 처분하는 것만이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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