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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경 칼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9/23 [16:14]

[장주경 칼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대일보 | 입력 : 2024/09/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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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주경 시대일보 논설위원.    

[시대일보​]장기(將棋)는 한나라와 초나라를 상징하는 각각 16개의 기물로 자기 편의 왕을 안전하게 방어하는 동시에 상대편의 왕을 공격하여 그를 먼저 잡은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진법놀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한나라와 초나라의 ‘초한쟁패(楚漢争覇)’는 한나라 유방의 승리로 천하는 통일된다. 이 전쟁은 단지 두 나라의 싸움이 아니라 당대 중국의 모든 세력이 얽혀있는 대전 중의 대전이었다. 이 대전에서 불세출(不世出)의 장수 항우를 이기고 유방이 중국 역사상 최초로 평민 출신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능력보다는 운이 좋아 항우를 이기고 천하 통일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초한지에 승자로서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은 유방, 흔히들 그는 능력보다는 행운으로 요소로 불세출의 장수 항우를 이겼다고들 여기지만 진정한 그의 능력을 아는 자는 드물다.

 

유방은 자기보다 유능한 인재를 썼기 때문에 천하를 통일했다. 전략에 능한 장량(張良), 용맹한 장수 한신(韓信), 행정 수완이 능한 소하(蕭何)가 그들이다. 이중 소하(蕭何)는 유방이 항우와의 전투에서 패전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물자와 인력을 공급하여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하(蕭何)는 유방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폐하는 천성적으로 오만불손하고 예절을 너무 모르십니다”

 

세상에 누가 감히 왕에게 이런 왕의 단점을 대놓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 그런데 유방은 소하(蕭何)의 이 말을 흔쾌히 수용한다. 물론 유방인들 속이 쓰리지 않았을 까닭이 만무하다. 그렇게 떠나려는 장수를 잡고 마침내 유방은 천하를 얻는다.

 

갑자기 무슨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나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가졌으면 하는 덕목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덕목을 다 갖출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은 시대별로 세상이 요구하는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과감하고 엄격한 법치도 필요하고, 정의로움으로 큰 도둑을 잡는 것도 중요하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뚝심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지혜롭고 용기 있는 참모의 말을 듣는 덕목이 필요하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큰 위기다. 각종 민심을 나타내는 지표가 최악이기 때문이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0%까지 하락하고, 반면에 부정 평가는 무려 70%다.

 

물론 대통령은 억울할 수도 있다. 원래 사심이 없고 통 큰 정치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조차 부정이 긍정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을 보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부정 평가에 여러 사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의대 정원 확대‘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그런데 이제 국민이 지쳤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지친 국민을 달래는 것 또한 국민을 위한 것이다.

 

대통령의 답답하고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는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제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임기 반환점도 아직 돌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했던 개혁도 이루지 못한다면 공무원은 특유의 복지부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고 민생마저 챙기지 못하면 역사는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나라의 유방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다면 전략에 능한 장량(張良), 용맹한 장수 한신(韓信)도 좋으나 직언을 할 수 있는 소하(蕭何) 같은 참모를 곁에 두고 충언을 달게 듣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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