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지난 주말 간호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1%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앞서 노조는 지난 13∼14일 64개 사업장(병원)에서 일제히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해 15일간의 조정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조정이 결렬된다면 29일 오전 7시부터 61개 병원에서 동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빅5 병원은 이번 쟁의에 포함되지 않았고, 파업에 돌입해도 응급실·수술실 등 필수인력은 투입할 계획이라지만,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지켜온 간호사까지 병원을 이탈하면 의료공백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60여 개 직종이 속해있는데 조합원의 70%가량이 간호사 직종이라고 한다. 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불법 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핵심은 간호(사)법 제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생 법안들을 처리할 8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28일 예정돼 있는데, 파업 예정일이 29일인 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여당이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안’과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3개의 ‘간호법’ 제정안이 전문간호사(PA 간호사) 제도화 등 대동소이하고, 여야의 의견 접근도 상당히 이뤄졌는데 남은 최대 쟁점은 간호조무사 시험 요건에 전문대 간호조무학과 졸업생 출신을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라고 한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지도부 접촉을 통해 간호법을 비쟁점 법안으로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간호사 업무 범위의 법제화 여부,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등 세부 의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 22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보류됐다.
간호법의 핵심은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후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PA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여당 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는 반면, 야당 안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하는 정도의 차이만 눈에 띌 뿐이다. PA 간호사가 자격을 인정받은 분야에서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하에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큰 틀에서 보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견이라고도 볼 수 없을 정도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넘은 가운데 그나마 의료현장의 최전선을 지켜온 이들마저 실제 파업에 참여한다면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는 물론이고 의료현장을 지키다 피로도가 극에 달해 사직한 교수 등의 업무 공백까지 메워온 게 간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들마저 파업에 실제 돌입할 경우 의료현장에 미칠 여파는 가히 상상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한덕수 총리도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많은 법안 중 특히 간호법은 의료 비상시 크게 헌신하고 계시는 간호사들이 좀 더 안심하고 환자 치료 및 보호에 전념할 수 있는 필수 법안”이라며 “회기 내 꼭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여야는 합의된 부분을 먼저 처리하고, 추후 보완하는 식으로라도 당장 입법을 완성해야 한다. 간호법 제정을 한사코 반대하다 돌변한 여당이나, 지난해 민생 법안이라며 통과시켜 놓고 지금 절실함이 사라진 듯 뜸 들이는 야당은 각성해야 한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 응급실은 지금 전쟁터나 다름없다. 여야는 국민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다면 PA 간호사 합법화가 담긴 간호법을 속히 처리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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