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딱 1년 전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단체들이 원전 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거리로 나선 것 말이다.
1년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수천 명은 연일 ‘죽창가’를 부르며 정부와 일본을 규탄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며 “핵 오염수 투기 중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물에 독극물 풀기’ ‘제2의 태평양전쟁’ 같은 자극적 선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 금지와 피해 어업인 지원 등을 담은 '후쿠시마 4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이후 입법까지 추진하진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바다와 국민의 생명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사법 리스크 방탄’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바람에 수산 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수산물 안전성 검사, 어민 지원 등에 낭비된 혈세가 1조 60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등 야 3당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과연 안전한가”라며 또다시 국민 사이에 불안을 조장했다. 방류가 왜 인체에 해로운지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참석자들은 “앞으로의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잠재적 위험이 걱정된다” 등 모호한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류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착하는 미국·유럽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야당과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시민단체 대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다. 온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소란을 피웠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2016년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어땠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사드에서 나오는 유해한 전자파가 참외 농사를 망치고 주민들을 병들게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모두 엉터리로 판명 났다. 정략적 목적에서 괴담을 퍼뜨린 뒤 거짓으로 드러나면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괴벨스식 선동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전형적인 사례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혈세 1조6000억 원은 야당이 과학적 근거를 신뢰했다면 바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 등과 손잡고 괴담 선동을 재개했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 해역,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정부 발표도 못 믿겠다고 한다. 혈세 낭비도 낭비지만 당장 방사능이 우리 바다를 덮칠 것 같이 공포를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놓고 또다시 선동에 나선 국회 다수당의 무책임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선동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주권자인 국민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며 괴벨스식 선동으로 공포를 조장하고 국론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국가적 해악이다. 정부 비판을 위해 과도한 공포 조성과 친일 프레임을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고 정부의 엄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야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나 세계원자력기구(IAEA)와 국내 전문가들이 일본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 어민의 피해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봤다면 일단 지켜보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과학과 팩트를 부인하고 근거 없는 공포몰이로 어민과 횟집 업자들을 울리는 등 민생을 어지럽힌 행태를 사과해야 한다.
정부도 오염수 피해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건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30년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야당과 환경단체의 우려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계획대로 안전하게 진행되는지 감시의 눈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일본 정부에 오염수 정보의 투명한 공유 등을 계속 촉구하는 게 정부의 기본적 책무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사설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