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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기차 포비아 확산,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해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8/14 [09:00]

[사설] 전기차 포비아 확산,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해야

시대일보 | 입력 : 2024/08/14 [09:00]

[시대일보​]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중국 파르시스 배터리를 쓴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난 후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2일 환경부 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청라 화재 열흘이 넘어서야 정부가 관련 기관 회의를 열고 9월 초 대책을 발표한다고 하니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라 화재로 인해 주민 23명이 불화수소 등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에 실려 가고 차량 87대가 불에 타는 등 대형 피해가 발생했으나 대책 마련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의 파장이 주민 간 주차 갈등으로 번지고 전기차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전기차 화재가 2021년 24건,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은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과충전 방지를 위해 전력선 통신(PLC) 모뎀 부착 완속 충전기의 보급에 나선 게 올 초부터이고, 정부가 보증하는 배터리 인증제 시행은 내년 2월에나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9일 전기차 13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전격 공개했다. 현대차가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선제적으로 공개한 건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용량과 충전시간, 주행가능거리 등만 공개했다. 전기차 차주도 배터리 제조사는 알 수 없어 불안감이 컸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와 BMW도 공개한 이상 테슬라, 아우디, 벤츠 등 다른 업체들도 동참하는 게 마땅하다. 일부 수입차가 부품 공급업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본사 방침이라며 거부하고 있는 건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다. 이번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포비아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다고 화재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닌 만큼 과학적인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우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과충전’을 막기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 전기차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90%까지만 충전되게 설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과충전 방지 장치가 없는 충전기가 많다는 건 풀어야 할 숙제다.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엔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아예 전기차는 지하에 주차할 수 없게 하자는 주장도 나오나 이미 60만 대도 넘은 국내 전기차를 확실한 근거도 없이 차별하는 건 분쟁만 키울 수 있다.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진화가 어려워 인천 청라 사고처럼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위험이 있다. 정부는 모든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된 자동차 종류,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았지만, 안전 인프라를 챙기는 데는 소홀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안전 확보의 계기로 삼는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시작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에 있다.

 

전기차 포비아를 조속히 잠재우지 않으면 수요 위축으로 국내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흔들리고 피해도 다방면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소비자들이 지나친 불안을 걷어낼 수 있도록 촘촘하고 완벽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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