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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SK 최 회장 부부의 이혼 판결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6/12 [14:20]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SK 최 회장 부부의 이혼 판결

시대일보 | 입력 : 2024/06/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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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지난 3월 대전의 한 예식장에서 있었던 결혼식.

 

전통적으로 해오던 주례가 없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신랑 신부가 결혼에 임하는 소감을 발표하고 이어 신랑 신부가 합창으로 노래를 부르며 아이돌처럼 춤을 추었다. 참석한 하객들 중에는 그들 몸짓에 맞춰 손뼉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하객들은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결혼식의 경건함이 사라지고 이벤트화한 것 같더라는 것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 판결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재산분할 1조 3,808억 원이라는 우리나라 이혼소송에서의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는 것에서부터 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의 판결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소영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이 SK에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공론화된 것도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권력과 재벌의 유착이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재벌은 권력의 보호막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고.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재판장이 최 회장을 질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장은 최 회장에 대해 ‘끝까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하는 (아버지의) 위선적인 모습’이라고 쓴 자녀들의 탄원서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혼 판결에서 이와 같은 재판장의 질타는 이례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에게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주의의 가치를 새삼 깨우쳐주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사실 최근 들어 일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문란한 결혼 생활과 이혼 등으로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주의의 가치가 희화화하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다. 결혼식마저 이벤트화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23년 19세에서 69세까지 결혼을 않고 동거하고 있거나 동거한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혼을 않고 동거하는 것에 63%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보면 20대는 결혼하기는 이른 나이여서, 30대는 집이 없어서, 40~50대는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가 결혼 않고 동거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들 88.4%가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이 있었고 자녀를 낳아야 할 부담이 없어 좋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2023년 실시한 가족 실태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2020년 34%에서 47.4%로 크게 증가하여 충격을 주었다. 이 중에는 여성이 62.3%, 남성이 37.7%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혼 않고 동거만 하는 것, 아예 혼자 사는 것―증가추세를 보이는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시대의 사조를 반영하듯 동거를 선택한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여성가족부도 이와 같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 그래서 비혼(非婚) 동거가족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전문가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정책적 지원 방안을 세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결혼에 대한 의식이 다양화되는 추세에서 SK 최태원 회장 부부의 이혼 판결에 나타난 재판장의 질타는 이 시대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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