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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계 총파업 선언, 국민 공감 얻기 힘들다.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6/12 [09:00]

[사설] 의료계 총파업 선언, 국민 공감 얻기 힘들다.

시대일보 | 입력 : 2024/06/12 [09:00]

[시대일보​]전국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하루 전면 휴진을 결정했다고 한다. 의협은 지난 9일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는데 앞서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필수 의료를 제외하고 파업하겠다고 한 데 이어 개원의들마저 그다음 날로 전면 휴진을 결의한 것이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9일 “정부의 의료 농단 교육 농단에 맞서 분연히 일어설 것”이라며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14만 전국 의사 회원은 물론 의대생과 학부모 등 전 국민이 참여하는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히고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 처분 중지 등 사태 해결을 위해 한걸음 물러났음에도 사태 해결에 나설 기미가 전혀 없다.

 

오히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등 다른 대학 의대 교수들도 의협 방침을 따른다는 입장이어서 18일에는 대학 병원과 개원의가 모두 휴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의료계의 총파업은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측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불법 총파업 선언”이라며 “오만방자한 의사 집단 이기주의에 국민과 정부가 굴복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구성원이길 포기한 의협 간부와 불법 파업에 들어가는 의사들에 대한 행정조치와 사법처리”를 강력히 주문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는 이번 의료 파업으로 가장 피해가 큰 당사자이고 환자 단체를 비롯해 대다수 국민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지난 2000년 의약 분업과 2014년 비대면 의료 도입,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계의 파업에 그동안 정부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인지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며 오만한 태도를 보여 공분을 샀다.

 

의사가 정부를 이길 수는 있어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아니, 국민을 이기려 드는 의사는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신성한 직업윤리를 가져야 하는 직업군이 의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 수를 늘리자는데 90%에 가까운 국민도 동의(보건의료노조 조사)하는 마당에 의료계만 의사 수를 늘리자는 것에 반대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30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적다. OECD 평균 의사 수는 1000명당 3.7명인데 이는 한의사가 포함된 수치로 한의사를 제외하면 1000명당 2.2명으로 가장 적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에서 반대해 관련 논의가 답보 상태인 것이다.

 

18년째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 하는 사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이 상징하는 필수 의료 및 지방 의료에 뚫린 구멍은 더욱 커졌다.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야당도 의대 정원 확대에는 뜻을 같이하는 마당에 의료계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도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와 관련해 숫자의 논리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은 맞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의료 정상화를 이루겠다”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특권 의식의 발로이자 국민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태도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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