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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성 팬덤에 장악당한 민주당의 딜레마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5/27 [09:00]

[사설] 강성 팬덤에 장악당한 민주당의 딜레마

시대일보 | 입력 : 2024/05/27 [09:00]

[시대일보]오는 29일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퇴임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팬덤 정치의 폐해와 관련, 정치권을 향해 고언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퇴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원이나 정당에 충성하기 이전에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정진하라”고 조언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의 득표 중 90~95%는 당원과 팬덤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지지”라면서 “극단적 팬덤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는 본령 훼손을 목표로 작동한다”고 작심발언을 내놨다. 그는 전날 가진 22대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서도 진영 정치의 병폐를 꼬집었는데 “진영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을 ‘수박’으로 부르고 역적으로 여긴다”며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질타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극단적 팬덤의 병폐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만큼 위험스럽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팬덤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로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2만명에 가까운 당원들이 줄 탈당을 선언하고 이에 이재명 당 대표나 정청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머리를 숙인 일은 팬덤 정치로 인한 병폐에 다름아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강성 당원들의 반발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 지도부가 나서서 강성 당원에 지나칠 정도로 끌려다니는 모습은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이 대표가 시도위원장 선출에서 권리당원의 비율을 높여주겠다며 개딸로 통칭되는 강성 당원을 달래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의원은 그 자체로서 국민의 대표인 입법기관이고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이자, 국회의원을 대표하는 입법부의 수장이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갖는 국회의장 후보 선출이 일부 강성 당원의 입맛에 맞춰 좌우된다면 이것을 어찌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겠는가.

 

어떠한 경우에도 ‘민심’이 ‘당심’에 우선할 수는 없다. 강성 팬덤정치에 매몰될수록 민심과 동떨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김 의장의 묵직한 고언은 민주당 지도부가 현 상황에서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금과옥조이다. 그러나 이미 개딸들에 의해 수립된 이 대표의 ‘일극체제’아래에서 이들과 거리를 두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딸들에 의해 당 대표에 선출되고 그들에 의해 당 지도부가 재편된 마당에서 그들의 입김에서 벗어난다는 자체는 민주당이 처한 고약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버릴 수도, 그렇다고 계속 유지하기도 껄끄러운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강성 팬덤은 이 대표나 민주당이 반대에 서있는 절반에 가까운 민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강성 팬덤이 표를 얻고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선결 조건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전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사모 이후 정치 팬덤이 정치 무관심층을 정치 고관여층으로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정치 팬덤은 진영 정치를 고착화시켜 극단적인 진영대결로 협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병폐로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극단적인 팬덤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 중심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단적인 진영대결은 국민 갈라치기로 국민을 분열시켜 통합을 저해하는 폐해로 나타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는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 이를 자극해 극성 팬덤을 양성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큰 정치를 하려면 내 편만이 아닌, 반대 지점이나 중간 지점에 서있는 이들에게도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지 내 편만을 위한 소리만 낸다면 작은 정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시밭길을 걸으며 ‘바보 정치’를 통해 동서화합에 나섰던 것에 대중이 서서히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큰 정치를 위해선 눈 앞의 달콤한 유혹을 과감히 배제할 수 있는 정치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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