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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선거 후의 기상도를 암시하는 ‘몰빵’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4/04/02 [10:59]

[변평섭의 세상 이야기] 선거 후의 기상도를 암시하는 ‘몰빵’

시대일보 | 입력 : 2024/04/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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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시대일보​]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국회의원 120석 가운데 32석을 차지하여 비록 원내 제1당이 됐지만, 과반 미달로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없었다.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감옥에 갈 수도 있는 네타냐후는 어떻게든 총리로서 정권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3개 군소 정당을 끌어들여 겨우 61석, 과반을 채워 집권을 했다.

 

따라서 이들 3개 정당 중 하나라도 연립 내각에서 이탈하면 그의 정부는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이들 3개 군소 정당들이 극우여서 하마스와의 전쟁에 초강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는 UN이나 미국의 압력에도 끄덕 않고 가자지구에서 병원까지 폭파하며 지상전을 계속하고 있다. 설혹 자신의 생각으로는 휴전을 하고 싶어도 내각을 지탱해주는 소수당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마스와의 전쟁을 ‘방탄 전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어디나 ‘방탄’이 문제다.

 

이처럼 국회 제1당이면서도 소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면 오히려 그 소수당이 결정적인 순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 힘과 민주당, 두 거인의 혈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연동제 비례대표로 조국혁신당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22일 사이에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 힘 29.8%, 민주당 20.1%, 조국혁신당 27.71%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이 7% 상당 차이로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에서도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호남지역 5개 언론사가 같은 기간 전남지역의 비례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이 39.8%, 민주당 28.5%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18.1%나 앞서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의 조국혁신당 돌풍은 민주당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깔아준 연동제에 올라탄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켜 비례대표에서 민주당보다 더 많은 당선자를 낼 경우, 만약 민주당이 제1당이 된다 해도 정국 운영에 여러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과 합쳐야 국회 과반이 된다면 더 심각하다. 이스라엘 네타냐후처럼 된다.

 

무엇보다 야권의 정국 주도권이 이재명 대표보다 조국 대표에게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심판 투쟁에 조국혁신당이 우군이 되어줄 것이지만, 그것이 눈사람처럼 커져 대권의 경쟁자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다시 추진하겠다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이라든지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과정 및 해병대 최 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수사 외압 혐의 특검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가 이를 다시 가결하려면 더욱 그렇다.

 

그뿐 아니라 국정조사 등 대여 공세를 하려고 해도 그렇고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더 말할 것 없다.

 

민주당은 제1당이면서도 조국혁신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면 소수당이지만 여의도 무대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표의 입에서 ‘우군보다 아군이 더 많아야 한다’라며 조국혁신당에 견제구를 날렸고, 민주당 선거운동에서 연일 ‘몰빵’을 외치고 있을까.

 

물론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원내 1당이 되지 않고 조국혁신당 대표가 선거 후 대법원에서 1·2심 선고대로 실형이 되는 경우는 전혀 다른 정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만약 대법원에서 1·2심 판결 그대로 실형이 선고되면 ‘조국’이라는 개인적 운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모래알이 될 수 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군’이 아니라 ‘아군’을 외치며 ‘몰빵’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커튼 뒤에 버티고 있는 대법원―이것이 예측 불가능한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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