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무역전쟁 ‘일촉즉발’…한국 먹구름

윤경기자 kyoung@sidaeilbo.co.kr | 기사입력 2018/03/06 [00:00]

트럼프발 무역전쟁 ‘일촉즉발’…한국 먹구름

윤경기자 kyoung@sidaeilbo.co.kr | 입력 : 2018/03/06 [00:00]

미국 철강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EU·중 ‘맞불’
당장은 영향 제한적이라지만…韓경제주체 심리·금융시장 불안 ‘걱정되네’
장기화땐 내년 성장률 깎아 먹을 수도…정부·한은도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시작한 보호무역조치에 중국, 유럽연합(EU)이 반발하며 전 세계에 무역전쟁의 조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중국, EU를 시작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형성한 자유무역 경제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이 같은 보호무역조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화하면 내년 경제 성장률을 깎아 먹을 가능성도 있다.
◇ 미 '철강 관세 폭탄'…EU·중국과 일촉즉발
집권 2년 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보호무역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를 일촉즉발의 무역전쟁 발발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방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 등 특정 국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일괄 관세 부과 방침에 주요국들은 즉각 반발했다.
EU는 미국산 철강과 농산물은 물론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 위스키 생산업체 버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 등 미국의 상징적인 브랜드에 보복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부당한 조처로 공격을 받는 것을 멍청하게 앉아서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중국은 대두, 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미 철강 수출국 1위인 캐나다도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의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며 "그 어떤 무역 규제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각국의 엄포에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EU가 그곳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엄청나게 높은 관세와 장벽을 더 높이려고 한다면 우리도 그야말로 미국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들의 자동차에 대해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국들이 관세 장벽 쌓기 경쟁에 나서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한 자유무역주의 국제 경제 질서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각 나라가 자국 우선주의로 치달아가면서 자유무역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며 "강 대 강으로 각국이 맞붙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만한 주체, 국제 질서가 없다"고 경고했다.
◇ 당장 성장률 꺾이지 않는다지만…"경제심리·금융시장에 악영향"
한국도 미국발 무역전쟁을 마냥 팔짱 끼고 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당장 철강·알루미늄 등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가 아니더라도 타격은 있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수출 전반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도 하방 리스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조짐이 올해 성장률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각국의 '입'에서 시작한 무역전쟁이 관세로 현실화·구체화하려면 법령 개정 작업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경제주체 심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고율의 관세 적용 대상이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성춘 본부장은 "지금은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철강, 알루미늄, 세탁기, 태양광 등 특정 업계와 관련돼 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으로 번질까 걱정"이라며 "미국 외에 중국, EU 등도 일괄 보복관세를 매기게 되면 우리나라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당장 미국이 몇 개 품목 관세를 올린 것 때문에 한국 성장률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이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 자체가 금융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며 "경제주체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주가 하락, 거래량 감소 등 금융시장 쪽에는 구체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보호무역주의 양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취하는 여러 조치 등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숫자로만 놓고 보면 그리 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주력 품목에까지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 행정부통상압박의 전개 추이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밝혔다.

윤경기자 kyoung@sidae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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