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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 04:15
 

정치 Politics
 

‘보복관세’ 실탄 떨어지자 美콘돔까지 (2018-08-10)
고민 깊은 중국
‘사드 보복’식 비관세 장벽 가동
내부론 애국심 고취해 체제 결속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일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파상공세에 맞닥뜨린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고율 관세에 동등 규모의 관세로 맞대응한다는 보복 원칙을 천명했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의 4배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상황이어서 중국은 벌써 보복 관세 '실탄'이 떨어져가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이 향후 구조적으로 불리한 보복 관세 대결을 이어나가기보다는 한국에 가했던 '사드 보복'처럼 비공식적 방식으로 미국 기업들을 압박하는 등 다른 대응 방법 찾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 트럼프 5천억달러까지 예고했는데 실탄 소진한 중국
지난달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관세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현재까지 양국이 상대 국가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하기로 확정한 금액은 각각 500억달러 규모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추가로 중국 제품 2천억달러 어치의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같은 강도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추가 맞대응을 하면 최대 총 5천억달러 어치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의 통계를 보면, 작년 미국의 대중 수출은 1천304억 달러, 중국의 대미 수출은 5천56억달러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전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수입액이 연간 1천300억달러 수준인 중국은 이미 1천100억달러 어치의 '보복 관세 카드'를 소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예고처럼 추가로 2천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길 경우 사실상 보복이 불가능한 구조다.
관세 보복전만 놓고 보면 기관총을 든 미국과 소총을 든 중국이 싸우는 형국인 셈이다.
앞서 중국 정부가 밝힌 관세 부과 대상만 봐도 실질적으로 대미 압박 효과가 떨어지는 물품들이 다수 섞였다는 평가다.
미국의 관세 부과 액수에 맞춰 급하게 액수를 맞추다 보니 전략적 압박 효과가 전무한 물품들까지 마구잡이로 섞여 들어갔다는 얘기다.
대표적 물품이 바로 미국산 콘돔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2천억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압박하자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했는데 여기에 미국산 콘돔도 포함됐다.
그렇지만 작년 중국의 미국산 콘돔 수입액은 1만3천939달러(약 1천570만원)에 불과했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콘돔 시장 규모가 115억위안(약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거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식료품 등 자국 물가를 끌어올려 국민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지도부에 고민거리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첫 번째 관세 타깃으로 미국산 대두를 선정하면서 중국에서는 각종 식료품 가격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대두는 식용유, 고기 사료 등에 널리 쓰여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중국은 브라질 등 대체 수입국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 추가 수요가 유입되면서 브라질 현지 대두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발표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2.1% 올랐다. 6월(1.9%)과 시장 예상치(2.0%)보다 모두 상회하면서 '물가 충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비대칭' 전력으로 대응하나…장기전 채비 속 애국심 고취

이런 탓에 중국이 이제부터는 보복 관세보다는 비관세 장벽 가동과 같은 '비대칭 전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격적으로 '미국 괴롭히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과거 일본, 한국, 노르웨이 등 국가와 갈등이 빚어졌을 때 상대국의 주요 수출품 수입을 차단하거나 인허가권 등 다양한 행정 수단으로 기업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상대국 정부의 양보를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곤 했다.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때는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조장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고(故)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 노르웨이 연어 수입을 중단시켰다.
작년 성주에 미군 사드(THA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자 중국에서는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관영 매체의 선동 속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관광 분야에서만 68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기업인들은 이미 중국의 '괴롭히기'가 현실화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임스 짐머맨 전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세관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당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일상적인 인허가를 불필요하게 지연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 정부들도 미국 기업이 위생, 광고, 환경 등의 법규를 위반했는지 더욱 엄격한 점검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무거운 과태료를 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을 막론하고 무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중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미국 기업 '괴롭히기'를 통한 우회적 미국 정부 압박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국민에게 설파하면서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체제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주의'를 선창하고 나서 중구 관영언론들은 매일 대대적으로 애국주의를 부각하는 사상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관영 매체들이 자국에서 열린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2008년 열린 베이징 올림픽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대적으로 재조명하는 시리즈물을 연속 보도하는 것도 이 같은 애국주의 고취 열풍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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