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2일)을 한참이나 넘기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도 그냥 넘겼다.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처리를 약속했지만 역시 지키지 못했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이견이 양쪽 진영을 기세 싸움을 부추기고 있고 행안부의 예산 삭감이 막판 쟁점이다.
예산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우상호 위원이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다면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전체회의를 열고 단독으로 조사 일정과 증인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산안을 합의하고 이태원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던 합의가 무의미해졌다. 이렇게 되면 이태원 국정조사가 야 3당만으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야 3당과 국민의힘은 국정특위를 꾸리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여당은 국정조사 보이콧을 선언했고 특위 위원 7명이 모두 사의를 표했다.
예산안 처리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국정조사 기간인 45일 중 절반가량이 흘러갔다. 민주당 지도부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상관없이 국조특위를 가동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오늘이라도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야 3당 단독 국정조사를 국회에서 의결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내달 7일까지 기한인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국조특위 활동 기간은 45일이다. 합의한 활동 기간인 내년 1월 7일까지는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태원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며 연장 가능성에 대하여 부정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 이후 가장 늦은 ‘지각 처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다가 연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우려도 있다. 만약 올해 안으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준예산’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다. ‘준예산’으로 새해를 맞게 된다면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민생을 돌아보지 않고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태원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예산안을 서둘러 합의 처리하고 국조도 여야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야당 단독으로 국조를 진행한다면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 등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 야당도 이태원 참사를 정쟁거리로 삼아 정부 여당을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태의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여야가 공방만 벌이다가 이미 절반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언제까지 정치 공방만 하다가 흐지부지할 것인가. 이것은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새해가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경제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는 민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야는 정치적인 이해를 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다 해도 남은 기간이 3주다. 조사에 따른 절차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참사 희생자의 49재를 넘긴 상황에서 더는 진상규명을 미룰 수는 없다.
새해 예산안 처리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둘러싼 끝도 없는 정쟁과 정치적 공방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겨울 한파보다 차갑다. 당장 오늘이라도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조특위를 진행할 것을 당부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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