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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법정시한 넘긴 국회, 민생 외면 마라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2/12/04 [15:16]

예산안 법정시한 넘긴 국회, 민생 외면 마라

시대일보 | 입력 : 2022/12/04 [15:16]

대한민국 헌법 54조 2항에 의하면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또 이 헌법 규정을 무시했다. 원래 12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할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국회가 헌법이 정한 이 시한을 지킨 것은 딱 두 차례뿐이다. 국회는 법을 상습적으로 어기는 상습범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이렇게 헌법을 무시한다면 누가 법을 지킬까 걱정이다.

 

예산안 처리와 관련하여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8일과 9일 본회의를 개최하려고 한다”며 “예산안 처리를 위한 중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으나 현재 여야의 분위기로 보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는 단순히 법을 어기면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민생도 돌아보지 않고 내팽개쳤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모두 639조 원 규모다. 이 중에는 사회안전망 구축 32조 원, 감염병 대응 비용 4조5000억 원, 사회적 약자 보호 27조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 경제와 민생에 꼭 필요한 예산을 의결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자 범죄행위다.

 

헌법 54조를 보면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고, 57조에는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만 국회가 예산안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 대신 당의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예산은 철저히 삭감하면서 전 정부의 역점 정책 예산은 늘리고 있다. 가뜩이나 한전이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예산은 삭감하고 재생에너지 예산을 증액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기만 하다.

 

예산안 처리가 늘 지연되는 것은 국회의 악습 중 하나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것은 9월 초다. 그러나 국회는 11월이 되어야 예산안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국회가 예산을 검토하는 시간은 불과 1주일이 채 안 된다. 주요 선진국이 예산안을 3~4개월에 걸쳐 심사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여야도 이러한 폐습을 아는지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예산안 자동 본회의 부의(附議) 제도를 도입했으나 두 차례만 제외하고는 모두 법정 기한을 넘기며 스스로 만든 법까지 어긴 상습범이 되었다. 이번 기회에 부실·졸속 심사의 폐습도 모두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밀실, 벼락치기 심사도 앞으로는 없어야 한다.

 

이제라도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새해 예산안 처리에 지혜를 모으길 당부한다. 특히 민생과 관련된 예산은 빨리 확정해야 한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예산은 반드시 지켜내고 나머지 ‘윤석열 관련 예산’ ‘이재명 관련 예산’은 한발씩 양보하며 조정하길 바란다. 현재 국회가 대립하고 있는 이태원 국정조사나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도 예산안 처리 후에 할 일이다. 국회는 더는 민생을 외면하지 말라는 국민의 존엄한 명령을 엄숙하게 수용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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