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한 것을 둘러싸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에서조차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신원식 후보자가 과거 ‘태극기 집회’나 보수 유튜브 채널 인터뷰 등에서 한 극우 발언 탓이다.
신 후보자는 지난 2019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을 시간문제” “2016년 촛불은 반역”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12·12 군사 쿠데타를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온 것”이라고 표현하고 전두환 씨를 “애국심 있게 한 사람”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주당 등 야 4당은 논평을 통해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꼬리 자르기 내각’, ‘오기 인사’라는 날 선 표현을 사용하며 맹비난했다.
특히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우가 떠난 자리에 호랑이 온다더니, 그야말로 국민 울화 돋구자고 작정한 인사”라며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이념전쟁의 총사령관 신원식 후보자가 들어섰다. 신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이 된다면 이미 외압 논란에 휩싸인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는 영원히 미궁에 갇힐까 우려스럽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당의 입장이 뭐냐’는 질문이 나오자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이 충분히 소명할 것으로 본다”면서 “북러 정상이 만나 무기 거래를 하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 수 있는 후보자가 신 후보자”라고 말했다.
이철규 당 사무총장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모르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한 부분을 가지고, 우리 몸에 머리카락 하나 정도 있는 걸 가지고 그 사람 전부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과는 과대로, 또 공은 공대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능력대로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이 인사 아니겠느냐”고 했다.
변명치고는 구차하다. 자연인 시절, 막말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10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바른백년 이사장의 사례에서 보듯 공당에서조차 대중의 뜻과 유리(遊離)된 이념을 가진 사람이 내쳐지는 상황이다. 이래경 이사장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자폭 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라며 천안함 조작설을 제기했고, 2020년 3월에는 “코로나 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돼 끝내 임명 10시간 만에 사퇴한 바 있다.
자연인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의 뜻과는 지나치게 다른 시각을 가진 인사가 정부 요직에 앉게 된다니.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이번 국방부 장관 인사가 지나친 극우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이래경 이사장의 민주당 혁신위원장 선임을 두고 당시 국민의힘에서 온갖 비난을 쏟아냈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국방부 장관 인선은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홍범도 장관 흉상 이전 문제로 대통령의 이념 논쟁이 불 지펴진 상황에서 극우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국방부 장관 지명은 또 다른 불씨가 돼 국정 운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나친 극우 성향의 국방부 장관 인선은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음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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