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1985년 5월, 서울의 5개 대학생들이 모여 전국학생총연합을 결성하고 현 민주당 의원 김민석(당시 서울대 사회학과)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어 투쟁 조직으로 삼민투위가 조직되었는데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4학년 함운경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들 대학생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극의 책임을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반미투쟁의 물줄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해 5월 23일 삼민투위 소속 대학생 20명이 서울 미문화원 담을 넘어 들어갔다. 이들은 기습적으로 미문화원을 점령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벽에 걸고 반미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곧 경찰이 출동하여 주모자 함운경을 비롯 20명 전원을 체포했다.
이 사건은 미국을 비롯 전 세계에 보도됐으며 함운경은 운동권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물론 이 사건 전에도 82년 3월 18일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 훗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변호사였다.
83년 9월의 대구 미문화원 폭발 사건, 광주 미문화원 점거 사건 등등.
이렇듯 1980년대의 운동권 대학생들은 반미운동을 통해 전두환 정부에 저항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래서 거의 매일 화염병과 최루가스, 물대포, 불타는 경찰 버스, 그야말로 거리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그 당시 이들 운동권 멤버들이 정치권에 많이 등장했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 때 두드러졌다.
그래서 그 무렵 30대 나이에 80년대 대학을 다녔고 6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386 세대’로 불렀다.
그런데 이제 이들 세대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에 이르게 되자 ‘586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아예 ‘86 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것이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민석 의원(민주), 강기정 현 광주시장, 윤호중 전 민주당 원내대표… 등등, 이들 ‘86 세대’들은 당당한 민주화 세력을 자부하며 한국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들 정치인들은 운동권 시절부터 몸에 익힌 투쟁 정신으로 긍정과 함께 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부정적 측면에서 이들의 저항 대상이 됐던 기성세대가 되고 보니 ‘조국 사태’에서 보듯 ‘내로남불’과 지나친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팬덤 정치로 비판을 받는 것이다.
돈 봉투 사건, 성추문 사건, 마침내 코인 거래로 국회 윤리위에서 징계에 회부된 김남국 의원 제명 부결 파동, 그래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86 용퇴론’을 주장했다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무렵 이와 같은 ‘586 용퇴론’에 대해 한 여론조사 결과 49.6%가 찬성을, 35.2%가 반대로 나와 용퇴론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사실 용퇴론은 아니지만 2007년 노무현 정권이 물러나고 MB(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586’ 세대인 안희정은 ‘친노는 폐족(廢族)’이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조선 사화(士禍)가 빈번하던 시절 한 가문이 없어지는 끔찍한 옥사(獄事)를 겪어야 했던 ‘폐족’의 문화는 없다.
여전히 ‘586’ 세대는 정치 현장에 있다. 현직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학생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 출신이 81명에 이르고 있음은 여전히 그들의 영향력이 여의도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 다른 운동권 출신들의 큰 변화도 있다. 80년대 운동권의 상징이었던 함운경(당시 삼민투위위원장)을 비롯 옛 운동권 588명은 지난 광복절 때 ‘민주화운동 동지회’를 결성하고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함운경 씨는 야당이 벌이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투쟁에 대해 “과학과 괴담의 싸움을 넘어 국내 반일 감정을 부추기겠다는 명백한 의도”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역시 역사는 진화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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