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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바라보는 마뜩잖은 시선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3/09/04 [09:00]

[사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바라보는 마뜩잖은 시선

시대일보 | 입력 : 2023/09/04 [09:00]

[시대일보​]생뚱맞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 얘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31일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였다. 이 대표는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고도 했다.

 

검찰 소환조사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개딸들을 제외하고) 누가 보더라도 의아스럽고 생뚱맞다는 느낌이 앞서는게 세간의 평가다. 이 대표는 표면적으로 무능·폭력 정권을 향한 ‘국민 항쟁’을 내세웠지만, 과거 민주화 투쟁 같은 특별한 명분이나 계기는 1도 없다. 당연히 그의 ‘단식 투쟁’에서는 YS나 DJ 등 과거 야당 지도자의 목숨을 건 단식에서 보여졌던 ‘의연한 결기’가 엿보이지 않는다. 또 ‘이타적인 희생’에서 오는 깊은 울림이나 웅장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는 비아냥이 주를 이룬다.

 

각종 민생 현안이 산적한 정국 현안 앞에, 무소불위의 입법 권한을 가진 170석의 거대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시의적절하지 못했다. 여기에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야당 대표의 느닷없는 단식은 그의 앞에 놓인 여러 리스크를 차단하는 ‘국면 전환용’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 대표의 단식 선언 시점이나 배경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당내 비명계의 사퇴 압박을 받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회 체포동의안을 놓고도 당내 찬반이 팽팽하다. 단식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눈앞에 닥친 쌍방울 대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검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대해 이 대표는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거부한 상태다.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 단식 카드를 불쑥 던진 것이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검찰 수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단식이 검찰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4일 검찰 출석도 오전 중에만 받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4일 출석도 물 건너간 상태다.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정도로 '당당하게 사법리스크에 맞서겠다'고 몇 번이나 공언했지만, 그 말이 공언(空言)에 그쳤을 뿐이라는 것도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9월 정기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게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단식을 통해 당내 사퇴여론과 동의안 찬성 분위기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추석 밥상에 자신의 사법리스크 대신 핍박받는 야당 지도자의 모습을 올리겠다는 포석이 담겨있다는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이재명 대표취임 이후 최저치인 27%로 떨어졌다는 성적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남국 의원의 제명안 부결,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돌입 등 최근 일련의 상황이 되레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27%로 나타났지만, 무당층 규모는 3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민주당의 지지율 낙폭이 사실상 중도층 이반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억압받고 핍박받는 희생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그의 의도는 강성 지지층을 더욱 환호케 했을는지는 몰라도 중도층에게는 ‘볼 장 다 본 막장 드라마’로 밖에는 인식되지 않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대표의 단식은 표면적으로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대항’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동정론’을 형성하기 위한 또 다른 ‘방탄’이라는 당 안팎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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