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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시간 만에 막 내린’ 민주당의 혁신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3/06/12 [09:00]

[사설] ‘9시간 만에 막 내린’ 민주당의 혁신

시대일보 | 입력 : 2023/06/12 [09:00]

[시대일보​]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액 투자 의혹’ 등 잇따르는 악재 속에 혁신위를 가동해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으려던 야심에 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이래경 다른 백년 명예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래경 위원장의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 진원지는 미국 등 과거 발언들이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되면서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이래경 위원장 임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방적인 인선이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인선 발표 전날 저녁에서야 최고위원들에게 알렸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검증은커녕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데 따르는 책임은 당연히 인사 책임자인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사퇴한 것과 관련해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의 역할”이라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나?’ ‘사과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입을 꾹 닫은 채 기자들을 지나쳤다. 무한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에 대한 입장 표명은 고사하고 사과조차 없었다.

 

여기에 더해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의 의원은 8일 한 라디오 프로에 나와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표현과 공감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서 지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진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과 자신의 주도 아래 치러진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당 대표로 나선 것부터가 공감 능력 부족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0.78% 차의 패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을 테고 따라서 설욕 의지가 생기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다만,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링에 끌려 나온(?), 준비되지 않았던 윤석열 후보에게 진 것은 0.78% 차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컸던 탓으로 여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대선 직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이 재선까지 했던 성남시를 떠나 굳이 송 전 대표를 사지로 몰아가며 손쉬운 곳을 택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것과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기어이 당 대표를 맡아 당을 계속해서 사지로 몰아넣는 행위 자체는 과거 정치지도자들이 보여왔던 ‘필사즉생’ ‘선당후사’의 정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푸념이 당내에서 분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처해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은 이 대표로 인해 야기된 것도 상당 부분에 달한다. 민주당이 도덕성 문제에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부터가 ‘말뿐인 무한 책임’이 아니라, ‘필사즉생’과 ‘선당후사’의 자세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작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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