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로 결혼식 청첩장이 많이 줄어들면서 웬만한 결혼식은 간편하게 카톡으로 결혼식을 알린다. 여왕의 계절 5월답게 아름다운 신랑 신부들이 이곳저곳에서 결혼식을 알린다.
결혼식이 끝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선남선녀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문자나 청첩장을 받는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코로나 19사태로 그동안 미뤄왔던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느낌이다. 그런데 요즘 결혼식이 끝나면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를 쉽게 본다.
평소 워낙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의 결혼식을 가지 못하고 축의금도 내지 않았을 경우 오랜 시간 서로 연락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자나 청첩장을 받고 확인하는 순간부터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민망하게도 다른 사람의 경사에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3월이 되면 그때부터 결혼식장에 갈 일이 잦아진다. 또한, 결혼식장을 가게 되면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할지 매번 고민에 쌓인다. 축의금 액수에는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게 되고 혹시나 상대방에게 결례나 되지 않을까 고민은 시작된다.
서민들은 가뜩이나 오른 물가에 축의금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돈 쓸 일은 늘어나고 있어 생활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아는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축의금을 내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이런 문화는 한두 해에 생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전통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온 결과이다. 코로나 19사태로 결혼 풍속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는 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데 기준이 생겼다. 워낙 비싸진 밥값에 자연스럽게 축의금 액수도 올라간다.
축의금을 적게 낼 때는 밥값이 부담돼 밥을 먹고 오는 것이 옳은지, 아내와 같이 가게 되면 비싼 밥값에 밥 먹고 오기가 두렵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식대가 워낙 오른 상황에서 축의금 액수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사실 결혼식장은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휴일도 반납하는 성의(?)도 있어야 한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차량 정체가 심해 거의 하루를 반납해야 한다. 그런 고민 속에서 참석한 결혼식에 축의금까지 신경 써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휴일도 반납하고, 성의껏 축의금을 내고도 눈칫밥을 먹는 신세가 됐다. 조금은 서글퍼짐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축의금을 건네는 것이 미풍양속이었지만 지금은 이웃사촌이 어색해지는 것을 느낀다. 축의금을 내고도 욕을 먹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오히려 옛날에 결혼식장에서 주던 국수나 갈비탕이 그립다는 분들이 많다. 적은 축의금이지만 잘 아는 지인들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면서 먹는 국수나 갈비탕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축의금의 액수보다는 없는 시간 속에서 짬을 내 참석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성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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