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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불어민주당에 과연 노무현 정신은 남아있는가?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3/05/25 [09:00]

[사설] 더불어민주당에 과연 노무현 정신은 남아있는가?

시대일보 | 입력 : 2023/05/25 [09:00]

[시대일보​] 23일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이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많은 정치인들이 모였다. 추도식에 참석한 많은 정치인들은 노무현 정신을 따르겠다고 그를 추모했지만, 과연 이 시대 정치에 노무현 정신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며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진보의 최우선 가치로 도덕적 우위를 삼았다. 그리고 원칙을 어긴 승리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패배를 택했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로 어떤 정권보다 탈권위를 내세웠으며 지역감정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우직스러운 정치 지도자였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는 통에 각종 선거에서 숱하게 떨어졌던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낙선자가 되며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고 팬덤 정치의 효시인 노사모의 조직적인 선거 운동으로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계 정당에서 최초의 영남 출신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당시의 민주당 대선 경선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인 정치 레이스로 회자되고 있을 만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었고 결국 지역주의를 타파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많은 대권 주자들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정치적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를 택했던 우직한 원칙주의자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도 많은 이들이 노무현 정신이 이야기했지만, 노무현이 국민에게 주었던 울림을 더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정치 현실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랄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을 보면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정당이 맞는지, 과연 민주당에 노무현 정신은 남아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사태, 그리고 민주당 단체장들의 성 추문 사건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스스로 정한 원칙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는가 하면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어느 하나 노무현의 신념과 원칙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평소 정치적 가치와 도덕적 자산을 회복해 나가는 것을 통해서만 역사 발전이 이뤄진다고 역설해왔다. 또 시민적 주체가 정책 수행에서 성공하고 도덕적 신뢰를 축적하면서 우리 사회를 주도할 때 비로소 진보의 세상이 열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진보라고 해서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공식 의원 총회 석상에서 나올 만큼 민주당의 부도덕함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조국 사태를 통해 위선적인 이중성으로 오히려 '내로남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성론이 나와도 당 안팎의 목소리를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빗대어 조롱하고 경멸하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모여들어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는 것은 이치도, 도리에도 맞지 않는다. 2002년 노무현의 민주당과 2023년 이재명의 민주당이 같은 정당이라고 보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노무현 정신을 따르겠거든 공정과 정의, 도덕성이라는 진보의 가치를 어느 한 순간도 잊지 말기를 민주당 지도부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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