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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논란에 부쳐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3/05/15 [09:00]

[사설]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2차 가해 논란에 부쳐

시대일보 | 입력 : 2023/05/15 [09:00]

[시대일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오는 7월 개봉되는 것과 관련, 2차 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오는 7월 ‘첫 변론’을 개봉한다고 최근 밝혔다.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론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영화 홍보 유튜브 채널에는 "진실을 바라는 시민 마음이 모였을 때 '2차 가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침묵을 이길 수 있다"는 글도 있다.

 

 

다큐멘터리는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가 2021년 출간한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책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는데, 박 전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을 비롯한 50여명이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담겨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첫 변론’의 예고편에서도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 측근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원순 전 시장의 일부 측근들과 지지자들이 여전히 성폭력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1년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씨가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 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인권위와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다큐멘터리’의 김대현 감독은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2차 가해라는 것은 1차 가해를 전제로 하는데, 1차 가해에 대한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2차 가해로 몰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출간된 ‘비극의 탄생’도, 개봉을 앞둔 ‘첫 변론’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자체를 부정하는 동시에 피해자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 피해자를 대리해 온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지난 12일 당시 재판 기록들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2차 가해를 멈춰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김재련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2021년 1월 1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제31 형사부 판결 내용 중 일부를 보면 재판부는 “이 법원의 000 병원 의사에 대한 문서제출명령회신결과에 의하면 2020.5.15.경부터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고 박원순 시장 밑에서 근무한지 1년 반 이후부터 야한 문자, 속옷차림 사진 등을 보냈고’, ‘냄새가 맡고 싶다’, ‘오늘 몸매가 멋있다’, ‘사진 보내 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라며 “00년 00월경 다른 부서로 이동하였는데 2020.2월경 ‘sex를 알려주겠다’고 하였고, 다음날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를 줄줄이 얘기하였다. ‘sex를 알려주겠다, 만나자, 오겠다, 이제는 같은 부서가 아니니 들키지 않고 몰래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잖아’라고 하였다”고 판시했다.

 

앞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가 개봉하면 “‘역시 우리 시장님이 절대 그럴 리 없어’ 류의 집단 망상과 또다시 이어질 (피해자에 대한) 집단 린치가 걱정”이라며 “추모도 좋고 예술도 다 좋은데 먼저 인간이 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출간된 책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큐영화 모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추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가해자(박 전 시장)가 스스로 포기한 방어권”이라는 김재련 변호사의 말과 “감독님이 하는 행위는 변론이 아니라 오히려 박 전 시장에 대한 시민의 존경을 깎아내리는 행위”라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비판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묵직하게 받아들여야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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