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김대중 정부는 무분별한 예산 투입으로 인한 국가 재정의 훼손을 막고 국가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도입했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에 사업의 투자 효과 등 철저한 검증을 거치게 한 것이다.
이 예타가 실시되면서 국가 재정운용은 물론 정치적 선심성 사업 억제 등에 큰 효과를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 보호막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가 지난주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과 R & D(연구ㆍ개발) 사업에 한 해 예타 면제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면제기준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 원을 1,000억 원으로 완화한 것인데 사사건건 서로 대립하고 싸우기만 하던 여ㆍ야는 이 법안에 대해서는 이의 없이 통과시켰다. 모처럼의 협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협치는 불과 1년 앞둔 총선거라는 매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협치가 아니라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협치’라고 하겠다. 이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 지역민들이 원하는 수백억 원의 사업들이 별다른 통제 없이 이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예타를 완화하면 국가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관리재정수지적자 폭을 국내 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여야가 합의했으나 이 또한 무산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따라서 국회 본회의 통과 전이라도 재정준칙만은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여ㆍ야 ‘포퓰리즘 협치’는 끝이 없다.
대학생들의 ‘천 원의 아침밥’ 운동이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나오더니 마침내 중ㆍ고등학교까지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러자 정의당에서는 ’대중교통 반값 정기권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매달 3만 원을 내고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3만 원 프리패스’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예타 면제의 대폭 확대, ‘천 원의 아침밥’ 운동, 그리고 교통 선심에까지 일찍이 볼 수 없던 정치권의 선심 공세가 과연 국가 재정을 고려하고 나온 것인지, 오직 총선거의 표만 바라보고 나온 것인지 우려스럽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