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9주기였다. 전국 곳곳에서 기억식이 열렸다. 12일부터 18일까지가 추모주간이다. 경기 안산과 인천, 서울, 전남 목포신항, 진도 앞바다, 세종 등에서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정치권은 온도차가 느껴지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오늘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제정된 '국민안전의 날이기도 하다"며 "사회 전반의 안전을 점검하고, 미비한 제도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9년 전 오늘,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말에 304명의 생떼 같은 아이들을 잃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또다시 국가의 책임을 외면한 채 159명의 젊은 생명을 떠나보내고 말았다"며 "더 이상 비극적인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그날의 약속과 책임을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추도사에서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막지 못해 부끄럽고, 유가족들께서 9년째 같은 외침을 반복하게 만드는 현실도 부끄럽다”면서 “‘안전’과 ‘인권’을 우선하는 지방정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병풍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그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과 단원고 교사 11명을 포함해 304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바로 세월호 참사다.
그날, 서서히 가라앉는 배에 갇혀 ‘살라달라’고 외쳤는데,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못했다. 그 광경을 모든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국가는 무기력했다, 무능 그 자체였다. 어른들이 그저 ‘가만히 기다리라’며 침묵과 복종을 강요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었다. 그 단원고 학생들이 우리 곁에 있다면 스물일곱, 어엿한 청년이었을 텐데….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4월 16일을 국가 기념일인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했다. 학사일정 중에 희생되는 학생들이 명예 졸업을 할 수 있도록 명예학적부를 신설했다. 생존 수영 수업을 하고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도 구축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인 참사의 반복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가족의 아픔과 국민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 ‘잊지 않겠다’며 기억하고 약속하고 추모한다. 생명의 가치와 인간존중의 정신을 되새기려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념이나 정파적인 진영논리가 개입할 여기가 없다.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것, 역시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다. 우리 사회가 이제라도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였으면 하는 염원과 실천적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안전사회는 무수한 말의 성찬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여전히 안전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여전히 위험사회다. 10.29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참사가 그 방증이다. 국가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그 역할과 책무는 어디까지인가. 다시 생각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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