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냐” 지역토호·사위·처조카, 채용비리·일감퍼주기

군의원 청탁받고 면접 불참자도 합격·지역 공무원들 ‘영향력’

윤 경 기자 | 기사입력 2018/11/09 [07:21]

“우리가 남이냐” 지역토호·사위·처조카, 채용비리·일감퍼주기

군의원 청탁받고 면접 불참자도 합격·지역 공무원들 ‘영향력’

윤 경 기자 | 입력 : 2018/11/09 [07:21]

공공기관 일탈 심각…‘돈 없고 빽 없는’ 일반인들은 들러리
“타지역 심사위원 등 외부 감시 강화·투명한 인사 시스템 마련”

 

▲     © 시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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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능력과 경력으로 자기소개서를 가득 채워도 바늘구멍을 뚫기 쉽지 않은 취업난 속에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친인척·토호 등과 유착해 일반 지원자를 들러리 삼아 멋대로 '내정자'를 뽑았다가 철퇴를 맞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은 비리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한 배경이 없는 일반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더욱 근본적인 비리 근절을 위해 강력한 처벌과 심사위원 인적 구성 등 대대적인 채용 관행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인천시 연수구청 무기계약직(공무직) 합격자 발표가 난 뒤 구청장 비서실장이었던 A(61)씨는 B(61)씨로부터 5만원짜리 200장을 건네받았다.
B씨는 과거 연수구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며 알고 지낸 A씨에게 사위 C(39)씨의 채용을 청탁했고 C씨는 공원녹지과 업무에 필요한 1명을 뽑는 채용 절차에 최종 선발됐다.
A씨는 심사에 관여한 공무원에게 입김을 넣어 C씨가 채용되도록 했다.
A씨 등은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동철(51) 전 한국탄소융합기술원장은 행정기술직 직원 채용과정에서 처조카를 합격시키려 경쟁자의 면접 점수를 깎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신장열 전 울주군수는 재임 당시 친척·지인의 청탁을 받고 울주시설관리공단 본부장에게 "챙겨 보라"고 지시해 5명을 합격시키는 등 공단 임직원 총 15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돈 없고 빽 없는' 180여 지원자들이 합격자가 '내정된' 사실을 모른 채 응시했다가 탈락했다.
전 함안군 보건소장 A(56)씨는 전·현직 군의원들의 청탁을 받고 기간제 근로자 20여명을 채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청탁을 받고 직원들과 면접위원들을 독려해 면접 불참자들을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비리가 가능한 이유는 공공기관 채용 전형에서 여전히 '내부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주관이 크게 작용하는 면접 점수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점수를 주거나 특정인을 위해 응시 자격을 완화·강화하기도 하며 채용 공고를 띄우고 하루 이틀 만에 마감해버리기도 한다.
정치인, 퇴직 공무원, 법률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지역 사회 인사로 구성된 외부 인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는 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고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사람이 여론을 주도하면 끌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시는 대구문화재단 본부장급 간부가 친척 회사로 매년 수십억원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는 23일까지 특별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컬러풀대구페스티벌 운영 대행사 계약 과정의 문제점과 채용과정의 친인척 비리 여부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2015∼2017년 21개 호텔에서 109건의 행사를 하면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특정 업체와 전체 행사의 절반에 달하는 49건을 계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공개 사과했다.
참여자치21 조선익 운영위원장은 8일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가 남이냐'는 악습부터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채용 심사에 참여하는 외부 인사는 대부분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아는 사람만 앉아 있으니 제일 입김 센 사람의 뜻대로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지역을 교차해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감사기관 담당자 1∼2명을 배석하는 등 진짜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야 연필로 채점해 볼펜으로 고치는 행위가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기자 kyoung@sidae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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