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10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월별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국 경제의 주력 품목의 수출 감소다. 반도체는 17.4%, 석유화학은 25.5%, 철강은 20.8%가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수출은 주는 반면 수입이 갈수록 늘고 있어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7개월 연속 적자 기록은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거기에 더해 적자 폭이 더 커지는 추세여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석유·가스·석탄 같은 에너지 관련 품목의 가격이 급등하고 수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는 경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개 업종별 수출현황을 점검하면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 했다. 이런 말이 그저 언어의 수사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총리, 장관까지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수출을 다시 살리는 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
전망도 밝지 않다. 역대 최고의 가계부채, 고금리, 최저로 떨어진 원화 가치 등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
원인을 분석하면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곡물값의 폭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긴축으로 인한 세계적 경기 둔화 등이 악영향을 끼쳤다. 그나마 자동차(28.5%)와 이차전지(16.7%)의 수출이 늘어 적자 폭이 줄었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긴 무역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 난국을 풀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지금 우리 수출기업들은 기업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정책과 높은 세금 탓에 몸이 무겁다고 하소연이다. 정치권은 기업의 활동을 힘들게 하는 규제를 풀어 수출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너무나 심각하다. 우리의 노력으로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에너지 절감이다. 에너지 소비의 63%를 차지하는 산업 부분 절약을 촉진함은 물론 공공기관과 국민도 에너지 절약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국가의 위기 앞에서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 극복에 나서기는커녕 정쟁에 몰두하며 극한의 대립을 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국가적 위기에서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힘을 합쳐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기를 당부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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