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은 대통령이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시점에 국회에서 예산안은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하여 설명하는 연설이다. 이 연설은 국회법 제84조의 ‘예산안에 대하여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는 조항에 따라 이뤄지는 중요한 것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것도 의무지만 의원들이 이를 듣는 것 또한 의무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어느 경우에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야당이 거부한 적은 없다.
그런데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면서 우리 헌정사에 초유의 시정연설 보이콧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민주당의 불참을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반쪽 이상이 텅 빈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 환담에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민생 대신 정쟁을 보여주는 정치권의 모습은 아름답지도 당당하지도 않다.
시정연설에 불참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예산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엄포 아닌 엄포를 한 입장이라 예산안 심사도 물 건너간 느낌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정치이고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민생이 최우선이라 외치던 그들에게 나라 살림은 보이지도 않는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을 거부한 이유를 이재명 대표는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라고 했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급받아 진행된 정당한 절차다. 이것을 두고 ‘야당 말살’이라는 것은 명분이 미약하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는 대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항전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의 대상이 현 민주당의 당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 대표와 측근의 의혹이다. 그런데 당 전체가 나서 ‘방탄막이’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정부의 예산안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토론과정을 거쳐 제대로 심의·의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국민이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준 것은 이러한 책무를 확실하게 해달라는 것이지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하여 방탄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시정연설 거부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심화하고 북한의 핵 도발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국내 경기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협치를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 여야는 이제라도 대치 상태를 풀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고 예산안을 제대로 처리하기를 당부한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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