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시민의 일상이 마비됐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카카오톡을 이용한 일상 대화가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업무가 차질을 빚고 쇼핑도 어려움이 생겼으며 택시 호출도 되지 않았다. 시민의 일상은 파괴되었고 단순한 부실 관리가 국가 재난에 해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예기치 않은 지난 주말의 ‘카카오톡 불통’ 사태는 한국의 정보 기술(IT) 산업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동안 말로만 ‘IT 강국’을 외쳤으나 인프라 관리나 위기 대응 시스템은 낙제점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행태도 ‘IT 선진국’이 되기엔 아직 멀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이 되어서야 “원인 파악을 철저히 할 것”이라 했는데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 해명했다. 국가 재난에 해당하는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의 해명치고는 참으로 무책임하다. 국민의 일상을 지탱하는 서비스는 어떠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교통이 마비되고 휴대전화마저 통화가 불통 되었으나 카카오톡과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은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당시 시민들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였다.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러시아군의 상황을 자국 부대에 전송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 한 번에 모든 서비스가 먹통이 되었다. 그러고도 한다는 변명이 “화재는 워낙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쩌면 이번 사고는 ‘예고된 재앙’이었는지도 모른다. 공룡이 되어버린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으로 인한 사고는 진작 예고된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미군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폐해 예방에 나섰다. 미국은 의회가 정파를 초월한 협조로 패키지 법안을 지난해 6월 통과시켰다. 유럽연합도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규칙’을 제정하여 지난 2020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카카오의 책임이 크다. 전 국민 중 91.5%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를 자랑해온 회사가 데이터백업센터를 갖추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중소기업들도 예비 서버를 두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이가 없다.
정부와 국회도 플랫폼 사업 육성 전략에 치우쳐 이용자 보호 조치를 소홀히 했는지를 살펴보고 대국민 행정서비스마저 카카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에 대한 신중하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독과점 폐해로 인해 일상을 마비시키고 사회적 재앙을 초래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카카오는 그동안 문어발식 플랫폼 확장으로 많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국민기업으로 성장했으나 그에 맞는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의 빠른 수습과 함께 적절한 보상안을 제시하고 재발을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 디지털 서비스의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시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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