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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훈 시인, 시집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출간

‘목적이 분명한 시’,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시’ 담다
세상에 대한 애틋한 시선으로 실천적 진솔한 목소리 내다
다양한 사유로 추구하는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 표출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11/27 [15:57]

정세훈 시인, 시집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출간

‘목적이 분명한 시’,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시’ 담다
세상에 대한 애틋한 시선으로 실천적 진솔한 목소리 내다
다양한 사유로 추구하는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 표출

시대일보 | 입력 : 2025/11/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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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일보]세계 최초의 노동문학관을 충남 홍성에 건립, 운영하고 있는 정세훈 시인이 새 시집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를 출판사 시와에세이에서 ‘시에시선’ 100번째로 출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세훈 시인의 이번 시집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는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나는/추울 때/춥다고/말할 수 있다”(‘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전문)라는 표제 시에서 엿볼 수 있듯, 기교나 현란한 수사 없이 진솔하고 담백하다.

정세훈 시인은 오랜 시간 노동 현장에 몸담았으며 세상에 진솔한 목소리를 내온 실천적 문학가로서 이번 시집 또한 세상에 대한 애틋한 시선을 담고 있다.

“어쨌든, 나의 시편들엔 나의 진한 눈물이 배어 있다. 나의 진한 눈물로 지었기 때문이다. 이는 나를, 시 짓는 길로 인도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가르침 받은, 이웃은 물론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에 따르기 위한 것이다.”(‘시인의 말’ 일부)

오랜 시간 시인의 내면에 쌓여 있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 공감과 연대의 시가, 이번 시집에서는 다양한 사유와 진솔한 언어로 그려져 세상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희망의 언어로 표출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인 것이다.

박진희 문학평론가는 “정세훈 시인은 노동 현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성실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를 내온 실천적 문학가다. 시뿐만 아니라 동시, 동화, 소설, 산문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집을 발간해 온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다.”고 밝혔다. 또한 “정세훈 시인의 시는 대체로 쉽게 잘 읽힌다. 특별한 기교나 현란한 수사도 없다. 이는 ‘목적이 분명한 시’,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창작 철학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며 “이런 까닭에 그의 시는 의미와 정서가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 전달된다. 그러나 그의 시는 단순할지언정 단조롭지는 않다. 익숙한 듯 하지만 어김없이 그 익숙함에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고 논했다. 아울러 “오랜 시간 시인의 내면에 적충되어 왔던 슬픔과 분노, 공감과 연대,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이 균열의 정체일 것이다. 이 다양한 정서와 사유는 결국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수렴된다.”면서, “‘하늘의 고독’과 ‘대지의 고난’이 시인 자신을 살게 했고, 그것으로 삶이 행복하였다는 시인의 언표는 사랑이 아니면 설명될 수 없는 역설인 까닭이다.”고 평했다.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동면』 『당신은 내 시가 되어』 『고요한 노동』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등과,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동시집 『공단마을 아이들』 『살고 싶은 우리 집』, 장편소설 『훈이 엉아』, 장편동화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그림책 동화 『훈이와 아기제비들』, 포엠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내 모든 아픈 이웃들』 등을 펴냈다. 제32회 기독교문화대상과 제1회 충청남도올해의예술인상, 제1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제3회 분중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한국작가회의 이사, 인천민예총 이사장,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작가회의 자문위원, 동북아시아문화허브센터 대한민국 충청남도지회장, 노동문학관 관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시집 속의 시 몇 편

 

나 죽어

내 유골 뼛가루

 

뿌려지면 좋겠다고

눈여겨보아 둔 곳에

 

내 유골 뼛가루 뿌려지듯

풀씨를 뿌린다

 

아름답고 예쁜 풀꽃

함빡 피우길

 

간절히 기도하며

풀씨를 뿌린다

 

―「내 유골 뼛가루 뿌려지듯」 전문

 

눈으로 흘리는 눈물은

주체할 수 있어도

목구멍으로 흘리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다

 

눈에서 나오는 눈물은

멈출 수 있어도

목구멍에서 나오는 눈물은

멈출 수 없다

 

눈으로 우는 눈물은

소리 내어 울 수 있어도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은

소리 내어 울 수 없다

 

딸과 아들은 부모가 죽었을 때

눈으로 울지만

어미와 아비는 자식이 죽었을 때

목구멍으로 운다

 

하늘이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로

땅이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로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 전문

 

하늘에서 고독을 보았네

대지에서 고난을 보았네

 

하늘의 고독으로

대지의 고난으로

나는 살았네

 

하늘의 고독이

대지의 고난이

내 생을 행복하게 하였네

 

―「삶」 전문

 

굳건했던 진지가 사라졌다

‘노동’과 ‘민중’이 사라졌다

 

분함과 고통이 없는 패배와

희열과 환희가 없는 승리가

서로 뒤엉켜 버렸다

 

치료받지 못한 상처들

실패한 혁명의 종언이

배설한 후일담에

현혹되고 열광하고

 

섣부른 위로와 치유에 매몰된

경계와 긴장이

안정과 평온을 찾아 나선

공허하고 삭막한 전선이여!

 

사라진 진지에

노동과 민중보다

더욱 굳건한

‘평등’의 진지를 구축하여

 

패배와 승리가 뒤엉킨

느슨해진 경계와 긴장을

전복해 버리는

새로운 혁명의 시를 쓴다

 

‘불평등’이 ‘평등’을

쟁취하는 긴박한 혁명의 시를

 

―「새로운 혁명의 시를 쓴다」 전문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

 

옛날보다 더

마음을 설레게 해 주어

눈물겨워

 

오랜 세월 가슴에

고이 담아 두었던 것이

헛되지 않아

감사해

 

산야에 눈보라 친다

치는 눈보라에 꽃망울 맺는다

들판에 비바람 친다

치는 비바람에 꽃이 핀다

앞뜰에 싸리꽃

뫼 넘어 눈보라 부른다

뒤뜰에 찔레꽃

재 넘어 비바람 부른다

 

―「병든 꽃 늙은 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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