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조선 시대에도 요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해당하는 대사헌(大司憲)이라는 자리가 있었다. 중앙과 지방 행정의 감찰과 고발을 담당하는 자리다.
그러니 인격과 학문이 뛰어나고 청렴결백한 인물이 발탁되기 마련이다.
그 지위와 품격이 얼마나 존경을 받았는지는 가슴에 크게 붙였던 수놓은 흉배(胸背)가 호랑이, 학 같은 동물이 아니라 상상 속의 동물 해치(獬豸)를 그려 넣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해태와는 다른 이것, 해치가 무엇인가? 한 마디로 광화문 정문 입구에 단아하게 세워진 동물이 해치다. 학, 호랑이 같은 동물을 닮았지만, 그도 아니고 신비스러운 눈매와 몸 무늬, 그리고 도전을 하는 동물은 무엇이든 박살 내버릴 것 같은 이빨이 ‘해치’의 특징이다. 그래서 해치는 하늘에도 산과 바다에도 없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정의를 세우고 선악과 시비를 바로 세운다는 것이다.
그러니 광화문 입구에 당당한 자세의 ‘해치’를 세운 뜻을 알 만하다. 그만큼 나라의 기강을 똑바로 세우고 싶었던 것이 역대 왕들의 간절한 소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세가 흐트러진 왕들은 강직한 대사헌들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반대로 모함을 당하여 유배를 당하거나 억울하게 파직을 당하는 대사헌도 드물게 있었다. 심지어 백성의 신망을 받던 세종 때 맹사성도 간신들의 모함으로 유배를 당한 일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공직자의 기강이 완벽하리만큼 유명했었는데 그것은 동경지방검찰청의 특수부라는 조직이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어떤 지위나 세력이라도 특수부 검사에게 걸리면 아무리 큰 압력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는 것.
심지어 1971년 2월 동경지검 쓰토무라고 하는 말단 검사가 다나카 가쿠에이 국무총리를 비리 행위로 구속하는 놀라운 사건도 있었다. 국무총리로서 대형 민항기 수입에 부정이 있었다는 ‘록히드’ 사건에 가쿠에이 국무총리가 관련됐다는 것.
그런데 말단 검사가 이렇게 담대한 사건을 전개한 것은 선배 검사들의 격려가 큰 힘을 발휘했으며, 결국 동경지검 특수부의 전통을 이어가게 했다는 것이다.
가쿠에이 국무총리는 ‘일본개조론’(日本改造論)을 전개하는 등 일본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으나, 법의 원칙에 철저했던 한 검사의 사명 의식에 옷을 벗어야 했다.
특히 사건 수사를 맡은 후배 검사들에게 선배 검사들이 한결같이 격려를 보냈다는 것, 그래서 검찰의 명예와 전통을 지켜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우리의 뉴스는 아침저녁 검찰의 부끄러운 이야기뿐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대장동 항소 자체에 대해 지검장(검찰), 지청장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항명”이라고 분개했고, “항명 검사들은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이라고까지 했다는 보도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을 ‘개’라고 욕하는데 도대체 그런 개에 비유하다니 노벨문학상을 받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검사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했다. 옷을 벗기거나 감옥까지 보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옷을 벗고 나와도 변호사 개업도 못 한다.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처럼 검사들을 향해 비난을 가하는 것은 ‘항명’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실이나 법무부는 검찰에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포기하라고 압력이나 지시를 한 바가 없다는 것인데, 그렇듯 지시나 압력이 없었다면 ‘항명’도 없는 것 아닌가. 또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수천억 원을 거머쥐게 될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데 그 흑막을 가리겠다는 검사들을 ‘겁먹은 개’라든지 또는 ‘항명’으로 몰아붙이는 것, 어느 것이 국가에 충실한 것일까.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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