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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성 논란’ 부른, 법원의 15자 구속영장 발부 사유

시대일보 | 기사입력 2025/01/22 [09:00]

[사설] ‘공정성 논란’ 부른, 법원의 15자 구속영장 발부 사유

시대일보 | 입력 : 2025/01/22 [09:00]

[시대일보​]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이 일사천리로 집행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47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까지 이르는 헌정사 초유의 일을 연달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고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짧은 사유가 적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이 출석해 계엄 선포는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 반법치주의의 극치”라며 구속 사유에 조목조목 반발했다. 법원 결정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당연히 예상되는 이런 주장의 판단이 누락된 점은 매우 아쉽다. 법원이 유력 정치인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서다. 법원은 야당 일부까지 동의해 국회 체포 동의안까지 통과됐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기각했다. 조국 대표에게는 2심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하지 않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길을 터줬다. 이와 비교해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며 법원이 밝힌 ‘15자 구속 사유’는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2023년 9월 이 대표 영장을 기각했던 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를 600자 분량으로 설명했다. 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중에는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는 사유도 있었다. 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배경을 불구속 사유로 들었던 법원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왜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특히 윤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잡범 취급했다는 지적과 함께 무성의한 ‘판사 갑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도 무리가 아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의 피의자 태도와 진술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굳이 대통령을 구속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만하다. 구속의 사유로 제시한 ‘증거인멸 염려’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적잖다.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대거 구속돼 증거인멸 실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신병을 확보했고 한 차례 대면 조사를 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와 체포 영장 위법성 등을 이유로 정당한 법 집행에 끝까지 맞서 왔다. 하지만 체포 영장 적부심 기각에 이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논란은 일단락됐다.

 

윤 대통령의 구속은 현직 대통령이라도 법 앞에선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대통령은 헌법을 가장 앞서서 지켜야 할 국정 최고 책임자다. 이를 어기고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뒤엎은 내란 혐의 피의자에 대한 법의 엄정한 적용은 당연한 일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비상계엄과 관련해 이미 10명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제 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절차에 따라 수사와 탄핵 심판에서 최선을 다해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면 된다.

 

윤 대통령의 구속으로 수사 및 탄핵 심판 등 사법처리에 속도가 붙게 됐다. 공수처와 사법부는 흠결이나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지당한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도 어떠한 예외 없이 절차에 따라 신속·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법원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등 흠결을 최소화하고 선거법 2심 등 늘어지고 있는 이 대표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해 형평성 시비도 차단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더 이상 편법, 꼼수 논란으로 불신을 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재법(4조)을 철저하게 준수해 어떤 후유증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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