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지난 1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좌초 위기에 빠졌다. 지난달 11일 야당과 대한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가 빠진 가운데 반쪽 출범한 지 3주 만이다.
의사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이날 4차 회의 후 “정부와 여당에 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야당과 의사협회, 전공의 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아 불완전한 상태에서 출범한 협의체가 두 단체마저 이탈하면서 논의가 무기한 멈춰 섰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휴지기를 갖는 것”이라며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의료공백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당의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은 허언이 됐다.
협의체가 파국을 맞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의대 증원 문제였다. 협의체에 참가했던 대한의학회·의대협회 요구도 2025~2026학년도 의대 증원 축소·유예였다.
두 의사단체는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며, 100명 규모의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넘기지 말고 예비 합격자 수를 축소해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입시 혼란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의사단체는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떤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대입 수능 결과 발표를 앞둔 마당에 의대 정원 동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정부의 태도도 아쉬웠다. 입시 일정이 진행 중이라도 의사단체가 요구한 예비 합격자 수 축소나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여지를 따져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는데, 어렵게 마련된 대화자리라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작은 돌파구라도 찾아야 할 마당에 스스로 기회를 차단한 셈이다. 애초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여 의사단체가 의사들을 설득할 만한 권위가 없다며 사실상 외면했고, 이 와중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지지하면서 의료계 추가 반발도 불렀다.
의료계도 의료현장에 꼭 필요한 논의는 눈감고 증원 축소에만 매달린 것은 아쉽다. 의대 증원 문제로 10개월째 의정 갈등이 지속되는 게 정상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의협은 의학회 등에 협의체 탈퇴를 요구하는 등 강경노선을 걸어왔다. 협의체 와해로 의사 사회에서 강경파가 완전히 장악해 의정 갈등 돌파구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만간 내년 상반기 전공의 선발이 시작되는데, 이때 전공의들 대부분이 또다시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장 공백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진행 중인 입시를 뒤엎고 내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의사단체들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인정하고, 2026학년도 증원 규모부터 정부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번 협의체 중단으로 의정 갈등과 의료공백 문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직 전공의는 이미 절반이 일반의로 취업한 데다 신규 배출 전문의가 대폭 감소하는 탓에 필수 의료대란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은 ‘아프면 큰일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금도 문제지만, 의료공백이 앞으로 더 장기화한다면 이로 인한 환자와 국민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단된 협의체를 빨리 복원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 불편과 환자 고통을 감안해 참여 중단을 선언한 의사단체들이 재고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 민주당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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